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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에세이 가능하면 길고 글씨 예쁘게”

2011-03-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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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에세이 가능하면 길고 글씨 예쁘게”

작문시험은 가능하면 어느 정도의 양을 채울 수 있어야 하며, 글씨도 보는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쓰도록 한다.

“저희 아이는 작년 12월과 1월에 연속으로 SAT I 시험을 보았습니다. 다른 부문의 점수들은 별 차이가 없으나 Writing 에서 에세이 점수를 12월에는 12점을 받았는데 1월에는 6점을 받아 점수가 110점 하락하였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한 학부모로부터 이런 문의를 받았다. SAT 시험에 대해 기본적인 것은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채점방식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부모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위 사례를 통해 한 번 살펴보자.

들쭉 날쭉한 시험점수 원인 알아보니

▲채점방법


이것은 바로 표준화 된 시험 중의 하나인 SAT 에 주관식 에세이 쓰기를 포함시킴으로 해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는 두 사람의 채점자가 읽는다. 각 채점자가 최저 0점에서 최고 6점까지 주기 때문에 수험생이 받는 점수는 최저 0점에서 최고 12점이 되며, 여기에 객관식 문법 문제에서 받은 점수를 합해 Scaled score(만점을 800점으로 환산한 점수 )를 계산해 내게 된다.

800점 중 대부분은 문법에서 받는 점수이며, 에세이 부분이 차지하는 점수는 크지가 않다. 그러나 위의 경우처럼 에세이 점수가 일정치 않을 경우 Writing 부문에서 100점 이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12월 시험에서 에세이 점수가 12점이며 1월 시험에서 6점 이었다면 Writing에서 잃어버린 110점은 거의 다 에세이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객관식 문법 부문은 12월 시험이나 1월 시험에서 거의 비슷하게 하였는데 에세이를 잘 못쓴 관계로 110점이 낮아진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에세이에서 기복이 심한 첫 번째 이유는 주어진 주제가 때에 따라 수험생에게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 12월 시험에서 흔치 않은 만점을 받았으므로 에세이를 아주 잘 쓰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곧 이은 1월 시험에서 6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아마도 1월 시험에 주어진 주제에 대해 학생이 별로 아는 것이 없었거나 또는 주제에 대하여 별로 관심이 없거나 익숙하지 못해 대충 짧게 써 내었기 때문임이 확실하다.


에세이 시험을 두고 일고 있는 논쟁 중의 하나가 에세이 점수는 학생의 글쓰기 실력 보다는 주제에 대한 익숙함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에세이 채점에 관한 논란이다.

에세이 하나 당 채점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2분30초라는 짧은 시간인데 학생의 에세이를 자세히 읽고 분석하여 채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채점관들은 읽은 에세이 숫자에 비례하여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심지어 주어진 시간마저 다 사용하지 않고 대충 서론과 결론만 읽고 피상적인 인상과 길이를 참조해 점수를 매긴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채점관 성향 저마다 달라
칼리지 보드도 답변 궁색

이러한 문제를 놓고 한 케이블 TV 에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가 고등학교 영어 교사 한 명, 그리고 칼리지 보드의 SAT 시험 관계자 한 명을 초청해 에세이 시험에 대해 논쟁을 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영어 교사가 칼리지 보드의 관계자에게 “에세이를 길게 쓰면 점수를 잘 받는 것 같다 “고 하자 칼리지 보드의 관계자는 “에세이 점수는 양이 전부가 아니라 질에 달려 있다” 고 했다.

이에 대해 고등학교 교사가 “나의 제자들 중 에세이를 길게 쓴 학생들은 대부분이 좋은 점수들을 받았고 짧게 쓴 학생들은 평소 에세이를 잘 쓰는 학생들 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반박하자 당황한 칼리지 보드 관계자가 한 동안 머뭇거리다 한 말은 겨우 “좋은 에세이는 길다” 는 어이없는 것이었다.

필자 또한 가르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해서 조사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결론은 위에서 언급한 고등학교 교사의 주장과 꼭 같이 길게 쓴 학생들이 평소 에세이 실력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글씨를 깨끗하고 예쁘게 쓰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셋째는 학생이 어떤 채점관을 만나는가에 따라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채점관 중 A라는 채점관은 3점을 주고 B라는 채점관이 4점을 주었을 경우 총점이 7점인데, 학생이 운이 나빠 A같은 채점관만 두 명을 만났을 경우 점수는 6점이며 운이 좋아 B같은 채점관만 두 명을 만났을 경우 점수는 8점이 되어 Scaled score는 40점 정도 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는 표준화 시험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이라고 하겠다.

이 외에도 에세이 시험과 채점은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갖고 있으며 아직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SAT에서 에세이 부문은 가능하면 길게 쓰고, 글씨 또한 깨끗이 쓸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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