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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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바라보자

2011-02-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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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수상자 엘리 위젤은 ‘그날 후’라는 글에서 구약성경의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야기를 소개하였다. 아브라함은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올라간다. 눈앞에 다가온 가정적인 비극을 아브라함도 알고 이삭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부자는 슬픔이 아니라 기쁨과 희망을 안고 산에서 내려온다. 이삭이 살아서 내려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비극 각본을 변경시켰다. 아브라함의 믿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이 체험한 ‘내일’ 속에는 예상 밖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은 위기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약속이 담겨있는 기쁨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의 비극을 넘어 내일의 기적을 기다려야 한다.

두주 전 브루클린의 청년 23세의 맥심 게르만은 행인 세 명을 살해하고 탈취한 차로 폭주하다가 한 사람을 치어 죽였다. 그에게는 내일에 대한 소망이 전혀 없었고 오늘을 저주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밋이 세계 7대 불가사이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공사를 위해서는 수십만의 노예가 강제노동에 동원되었고 공사비는 천문학적 수치였을 것이다. 이런 엄청난 희생을 치룬 대공사의 목적이 왕이 자기의 시체를 미라로 만들어 영구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비해 팔레스타인에 있는 옛 우물들은 어떤가? 건조지대에서 우물 파기란 장비가 빈약한 족장시대에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실제로 ‘야곱의 우물’이라는 곳에서 돌멩이를 던져보니까 한참 뒤에 물방울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깊어야 물이 나오는 곳이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등 이스라엘의 족장들은 후세를 위하여 우물을 판 선구자들이었다. 그 아름다운 동기를 하나님이 축복하셨는지 5,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의 우물들은 마르지 않고 있다.

‘영광’(Glory)이라는 소설이 영화화 되었었다. 남북전쟁 때 최초의 흑인부대인 매사추세츠 제 54연대의 실화이다. 대전투가 벌어질 전날 밤 한 상사가 기도를 인도한다. “주님, 내일 우리가 죽는다면 후손들이 우리의 희생 위에 우뚝 설 바위가 되게 하소서.” 그들의 선택은 후손을 위한 것이며 오늘의 이익보다 ‘내일’을 꿈꾸는 갸륵한 선택이었다.

킹 목사는 민권운동을 하는 수년 동안에 많은 위협을 받았다. 감옥에 다섯 번 갇혔고 그의 주택이 두 번 폭파되었으며 칼에 찔려 거의 죽었다가 살아났다. 날마다 죽이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환난도 킹 목사의 꿈을 깰 수는 없었다. 그는 외쳤다. “나는 꿈꾼다. 나의 아들들이 피부의 색깔이 아니라 그들의 품성과 인격으로 평가될 날이 올 것을. 나는 꿈꾼다. 이 나라가 모든 사람에게 자유의 천국이 되고 우리 모두가 손잡고 일하고 기도하고 함께 즐길 평화의 동산이 될 것을. 나는 꿈꾼다. 절망의 산에서 희망의 돌을 캐고 시끄러운 불협화음을 아름다운 교향곡으로 바꿀 날이 반드시 올 것을.” 우리도 내일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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