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이 원주민으로 분장한 사람들과 카메라를 들여다 보고 있다.
★★★
라틴 아메리카의 가난한 원주민들의 척박한 삶과 이들 나라에 대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착취를 비판한 일종의 도덕극이다. 재미있고 또 교묘히 잘 처리된 것은 이 같은 자본주의의 제3국가에 대한 착취를 영화 속 영화인 컬럼버스의 남미 정복에 비유하고 있는 점.
또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결탁한 독재 정부가 혜택 받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에 대한 항의와 시위의 작품이기도 한데 이런 내용은 영화의 무대인 볼리비아에서 실제로 있었던 수원지 사유화에 항거한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장면을 찍은 기록필름을 사용해 사실감을 살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으로 파고드는 감동을 느끼게 되는 스패니시 영화다.
영화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의 첫 장면과 닮은 헬기가 거대한 십자가를 운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십자가는 싼 임금을 위해 볼리비아를 선택한 영화 제작자 코스타(루이스 토사르)와 이상적인 감독 세바스티안(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이 찍는 컬럼버스의 신대륙 도착에 관한 영화용.
코스타와 세바스티안은 컬럼버스에 대항하는 원주민 리더 하투에이로 정의감이 강한 다니엘(완 칼로스 아두비리)을 선택한다. 그런데 다니엘은 정부의 수원지 사유화에 강력히 항거하는 주민들의 리더.
처음에는 다니엘을 무식한 저임금 노동자로 취급하던 코스타는 다니엘이 뜻밖에도 자의식과 정의감과 사명감이 강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니엘이 없으면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되면서 임금 착취자인 고용주와 저임금을 받는 피고용자 간의 힘의 균형이 바뀌어진다.
영화는 많은 시간을 촬영장면과 제작의 정신적 어려움에 할애하는데 특히 볼만한 것은 영화 속 영화인 컬럼버스의 원주민 착취와 학대 부분이다. 원주민으로 분장한 달동네 사람들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생생하게 자연스러운데 이들이 영화 속 영화에서 컬럼버스에게 저항했듯이 당장이라도 영화 제작진에게 대어들 것만 같아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가 다소 설교적이고 코스타의 양심선언은 억지스럽지만 매우 지적이요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영화 속 영화의 라스트 신이 감동적이다. 이시아르 볼레인 감독. 성인용. 랜드마크(310-281-8233), 타운센터5(818-981-981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