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돈과 사랑

2011-0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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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이었다. 아들이 자신의 처가로 간다며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내려놓고 갔었다. 금일봉이 든 것 같은 봉투도 하나 있었다.

나이가 드니 선물보다는 현찰에 더 관심이 생겨 제일 먼저 그 봉투를 살며시 뜯어봤다. 해마다 선물로 받는 겉옷들이 많아 이제 주변에선 ‘킹 오브 재킷’이라 불리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겉옷을 사라는지 현찰은 없고 상품권 하나가 들어있었다. 아내에게 선물꾸러미 중에 아들이 준 봉투를 뜯어봤다고 했더니 애들처럼 크리스마스까지 못 기다린다며 야단을 치고 구박을 준다.

연애할 때는 평생 단꿈에 젖어 살 것만 같았는데 미국 와서 타고 다니던 고물차가 처음 고장 났을 때 “엔지니어가 차도 못 고친다”로 시작된 구박이 세월이 가면서 여러 가지 메뉴로 바뀌더니 이제는 어린애에게 야단치듯 한다.


그래도 타다 남은 사랑의 불씨가 남았나보다. 발렌타인스데이에는 밥해주기 귀찮아 그러는지 아니면 남편이 돈 낼 것으로 아는지 저녁 먹으러 나가잔다. 해마다 2월이 되면 꽃가게에는 장미꽃이 불티가 나서 웃돈을 얹지 않고서는 사랑을 고백할 수도 없다. 그러니 사랑도 쩐이 없으면 피질 못한다.

결혼 생활에 관한 여러 세미나 및 성경 공부에 참석했었다.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초혼은 40%, 재혼은 60%, 삼혼은 80%가 이혼으로 끝난다고 한다. 그러니 남자들이 자신의 스물 다섯 번째 갈비뼈로 지어진 하와를 똑바로 찾는다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 산호세 머큐리 뉴스는 미국 경제 연구원의 연구관인 마이클 시온이 쓴 “애정의 문제라면 모든 것이 쩐으로 귀결된다”는 글을 실었다. 시온은 많은 이혼의 사유가 흔히들 말하는 성적 불만족이나 자녀들 문제, 시집 식구들이나 처가 식구들도 아닌 바로 돈 문제라고 했다.

돈을 쓰고자하는 배우자가 있나하면 돈을 저축하려고 기를 쓰는 배우자도 있다. 사치에 젖어 자기 과시를 하려는 사람을 만나 신용카드란 신용카드는 모두 천정을 치고 파산하려는 부부도 있다. 부부가 함께 관리해온 돈을 서로 자기 자신의 욕심대로 쓰려고 기 싸움하는 부부도 있다.

시온은 결혼 전 서로의 크레딧 보고서를 허심탄회하게 제출하고 상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서로 감추는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깨어질 결혼 생활이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을 것 같지만 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혼 비용에 서로 합의할 수 없다면 앞날의 가계에서도 불협화음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혼 서약의 “죽음이 우리를 가를 때까지”라는 말이 “빚이 우리를 가를 때까지”로 변질되지 않는다면 결혼 생활은 오래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충고를 준다.

지난 주 뉴스위크는 의술의 발달로 2045년까지는 인간은 불사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히려 쩐이 없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폴손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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