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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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문화, 다른 설

2011-0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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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된지 한 달이 지났다. 양력 1월1일을 설날로 기념하는 풍습은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이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양력설만으로는 미국 사회 안의 다양한 문화적, 인종적, 종교적 전통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그리고 중국, 몽고, 베트남, 티벳 등 동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는 양력설보다 더 중요한 새해의 시작점이 있다. 바로 음력설이다.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서울에 머물던 시절, 나는 한국의 설 문화가 가족과 제사에 중점을 둔다는 데 큰 매력을 느꼈다. 삼일간의 설 연휴 동안 서울은 유령의 도시와도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의 가족들을 만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시끌벅적 복잡한 도시를 떠났다. 이런 한국의 설 풍습은 지극히 개인적인 미국의 새해맞이 문화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나는 한국의 설 풍습이 유대인의 새해맞이와 묘하게 비슷하다고 느꼈다.

유대인의 설날인 로슈 하샤나(Rosh Hashanah)도 음력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양력으로는 8-9월에 해당한다) 유대교 회당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의식을 매우 중시한다. 로슈 하샤나 축제는 유대계 3세로서 내가 자라면서 훈육 받은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음력설에 친한 한국인 친구의 집으로 초대 받았을 때, 나는 유대인들이 달콤한 새해를 기원하며 먹는 설 전통 음식인 사과와 꿀을 내심 그리워했다. 하지만 곧 따끈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국의 맛을 알게 되었고, 그 뒤로는 매년 음력설이 되면 미국에서 한인 친구들과 함께 떡국을 먹곤 한다.

떡국을 먹는 동안 우리는 새해에 다짐한 결심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담소를 나눈다. 헬스클럽을 다니기로 했다거나, 나이 드신 부모님께 여행을 보내드린다거나, 자원봉사 활동을 좀 더 많이 하기로 다짐했다는 등의 결심들 말이다.

떡국을 먹고 나면 윷놀이 판이 벌어진다. 윷놀이는 하누카(Hanukkah) 축제에서 팽이를 치던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하누카는 양력 11월말에서 12월 초에 돌아오는 유대인의 빛의 명절이다.

지금도 윷가락을 손에 쥐면 내 마음은 전라남도의 한국 친구와 그 가족들 곁으로 돌아간다. 말판 위에서 더 앞서기 위해 서로 좋은 패를 던지길 응원하던 흥겨운 함성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나 이곳의 한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면 나는 우리가 광주나 목포, 혹은 여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장소는 LA나 뉴욕, 시카고와 같은 미국의 대도시이다. 바로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한국인들과 다른 이민자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 곳들이다.


나의 조부모와 고조부모께서 그러하셨듯이 나의 한인 친구들의 부모와 조부모들은 그들의 문화적 전통과 관습을 이곳으로 가져왔다. 이곳에서 그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품고 미국에서 소수인종으로 살아가는 가혹한 현실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개인적 성취를 추구하는 미국 사회의 보편적 새해맞이 관습과 가족의 유대를 중시하는 독특한 한국적 새해 풍습을 모두 기리면서, 음력설을 맞아 독자 여러분께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고 싶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같은 말을 히브리어로도 전하고 싶다. “Shana Tova!”


UC 샌디에고 역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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