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통일이란 단어 대신 언어의 공유

2011-02-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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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기고한 ‘통일이란 단어를 쓰지 말자’라는 글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좋다. 그 글의 내용은 중국이 북한 땅을 지정학적으로 해양 세력의 완충지대로 삼는 한 남북한 통일이란 불가능 할 것이나, 현재의 인터넷, 트위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어쩌구 하는 등을 넘어 지금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새 개념의 정보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네티즌뿐만이 아니라 전 시민들의 의견으로 정치가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다, 또 지정학적 완충지대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때가 곧 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중국이 남한에다 북한을 어떤 형태이든 떠넘길 것이니 남한에서 싫다고 해도 통일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동안 통일이란 단어를 쓰면 피해 의식의 북한을 자극해서 작은 군사적 충돌만 있고, 통일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니 쓰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면 남한이나, 우리 교포는 따뜻한 햇빛 속에 풀밭에 누어서 감이 익어 떨어지기만 바라며 입만 벌리고 있으란 것인가? 아니다 할 일이 있다.
나의 선배 되시는 분의 얼마 전에 쓴 한 줄의 글이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지금 남한과 북한이 공유하는 말(언어)은 80%이고 20%는 완전히 서로 다른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 말을 좀 더 실감나게 느끼라고 나의 형님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의 형님은 1954년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 유학을 시작하여 미시간주에 있는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시다가 2000년대 초 정년퇴직을 한 분이다. 그러한 형님이 나의 집에 와서 일상적 대화에서 한국말을 하는 듯 했는데 막상 한국 TV의 뉴스를 보더니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마디도 못 알아듣겠다고 했다.
또 머리에 띠를 두르고 데모하는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고, 또 상영하던 사극을 보더니 궁중 옷 훼손 쇼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왕비, 빈, 궁녀들이 궁중 옷을 입고 걸어 다니고 이상하게 앉아서 절하는 것이 상영 시간의 반이 되니 도대체 그런 드라마가 어디 있느냐 했다.
반면 나는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멋모르고 희극영화를 봤다가 남들이 낄낄거리고 웃는데 나는 도대체 하나도 우습지 않아 혼자 멍청이처럼 앉아 있다 온 이후 희극 영화 보러 영화관은 절대 안 간다.
그러한 나에게 이번에는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내 비록 미국에 온지 30년이 넘었다 하나 그간 거의 한국을 매년 갔었고, 한국 신문 TV는 끼고 살고, 아니 더 나아가 한글로 소설을 쓰는 글쟁이다. 그런대 가끔 TV에 개그 콘서트, 코미디 프로를 보며 아무리 같이 웃고 싶어서 이해하려고 무던히 노력해도 도저히 위트나 유머를 느낄 수 없고 웃음도 안 나온다.
이런 일들을 감안할 때 10년 후쯤 통일의 기회가 오더라도 그 때에는 남북한이 공유하는 언어가 현재의 80%보다 더 벌어질 것이고 또 서로의 교류가 없으면 상호 가치의 판단, 의식, 관습, 생활관, 나아가 한 핏줄이라는 의식이라도 남아 있을까 걱정 된다.
바로 이러한 기우를 없애는 것이 남한과 미국의 교포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한류(?)의 전파, 쉽게 이야기해서 음악, TV 드라마, 영화 같은 것을 북한에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북한 전역을 덮는 인공위성 TV 중계 장치를 설치한다던지, 셀 폰이나 라디오, 비디오, CD 디스크 등 모든 가능한 것들을 풍선이든 밀수출이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보내라는 말이다.
거듭 이야기해서 남북한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문화, 예술을 통해서 서로 생활관, 가치관 더 나아가 생의 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며 그리고 그 모든 기본 되는 바탕은 말(언어)이 같아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길이요 통일을 향한 준비가 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 모두 ‘통일이란 단어 대신 언어의 공유’로 우리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나는 거듭 주장 하고 싶다. 통일의 기회는 반드시 온다. 돈도 필요하고 정치적 준비도 필요 하다.
그러나 성공적인 통일의 대비는 바로 언어의 공유라는 곳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숙제다.
그리고 차제에 소위 평통이라고 불리는 단체명을 ‘문화 예술 보급 추진회’로 바꾸면 어떨까?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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