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학교에서 자녀들의 행동문제로 conference를 하자고 연락을 받고는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부모님들이 계시다. 학교가 학부모에게 이런 통보를 해올 때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학생이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만으로는 학생이 지닌 문제가 해결이 되지 못할 때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은 학생의 행동에 문제가 있을 때를 말한다.
첫째, 학교 선생님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학생의 행동은 주로 교실에서 수업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할 때이다. ADHD(과잉행동 및 충동성 장애)나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반항행동장애)와 같은 행동장애의 증상을 나타내 보일 때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다가 더 이상 학교의 자원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때 부모님들에게 통보를 하여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그 다음은 learning disabilities(학습장애)가 있다고 의심이 될 때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사회성 기능이나 발달과정에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에도 이런 모임은 있게 된다. 그리고 또 학생의 행동이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 또는 학교 스태프에게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어도 모임을 가지게 된다.
학교에서 선생님의 지시에 잘 따르고 과제물도 잘 해가고 급우들과도 잘 융화가 되는 아이들은 비록 성적이 다소 뒤처져도, 또는 성적이 매우 좋아도 학교에서 부모님들을 만나자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20~30명의 학생 중에서 행동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와는 별다른 교통이 없이 지나가게 된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보다 어딘가 행동이 좀 다른 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선생님의 주목을 받게 되고 이런 주목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를 받는 쪽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순환적인 인간관계의 원리에 따라서 학생의 행동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강화되기 쉽다. 이것은 결국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더욱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선생님과 학교 당국은 점차 더 강도가 높은 제재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항해 학생과 부모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또 학교는 더욱 고강도의 제재방법을 찾게 되면서 이 학생은 학교에서 본래의 목적인 수업에서 공부보다는 학교와 불편한 관계를 해결하는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문제 학생이 하나 만들어 진 셈이다.
자녀가 만약 프리스쿨이나 킨더가튼, 또는 초등학교의 1, 2학년에서 사회행동, 인간관계, 놀이기능 등에서 문제가 나타난다는 선생님들의 지적이 리포트카드에 적혀 있으면 이것을 부모는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단체생활에서는 흔히 부모님들은 가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집에서 형제, 자매끼리 놀면서 다소 난폭하게 굴거나 심하게 다툰다던지, 자기주장만 완강하게 내세워서 형, 동생에게는 양보할 줄 모른다던지, 애완동물에게 짓궂게 굴거나 함부로 다룬다던지, 원하는 바를 해주지 않았을 때 다소 과도할 정도로 tantrum을 부리거나 화를 낸다던지, 집안에서 장난감이나 다른 물건들을 사람을 향해서 함부로 집어던지거나 발로 걷어찬다던지, 부모가 어떤 지시를 내리는데 이를 즉각 행동에 옮기지 않고 머무적거리거나(수동적 반항) 아니면 노골적으로 저항의 몸짓을 나타낸다던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투정을 부리거나 아니면 화가 나서 부모가 말을 해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경우 등.
이러한 자녀의 행동이 학교에서 그리고 다른 사회생활 속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에서 만나자는 통보가 오면 부모는 우선 부드러움과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학교 당국과 그리고 자녀에게도 과잉반응을 자제하도록 한다. 학교와의 미팅에서 내 아이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적절한 대처방법을 강구하도록 한다.
부모 스스로 문제 해결이 어려우면 전문가의 상담을 권한다.
리처드 손 임상심리학박사
리처드 손
<하버드 카운슬링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