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디베이트(Debate) 이야기를 할 때이다. 우선 디베이트와 SAT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2005년 칼리지보드(College Board, SAT 주관 기관)는 SAT에 대수술을 가했다. 영어 과목 이름이 Verbal(어학)에서 Critical Reading(비판적 독해)으로 바뀌었고, Writing(작문) 시험이 추가됐다. 이런 변화로 인해 디베이트가 더욱 중요해졌다.
구체적으로 보면 영어시험에는 소위 유추(Analogy)라고 하는 부분이 사라지고, 그 전에는 영어시험의 한 부분이었던 Critical Reading(비판적 독해)이 시험의 이름으로 바꿨는데, 단어 중심의 테스트에서,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중심의 시험으로 바뀐 것이다. 이런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아직도 어휘 중심의, 문법 중심의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면 제대로 SAT 시험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새로 추가된 Writing 시험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뉜다. 파트 1은 Multiple Choice(다지선다형)로 전체 점수의 약 70%를 차지한다. 한인 학생들에게 익숙한 문제 유형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파트 2이다. 이는 에세이로 주어진 주제에 대해 25분 동안 직접 Essay를 쓰도록 하는데, 한인 학생들이 약한 부분이 여기다. 그래서 전체 점수에서는 30% 밖에 차지하지 않으면서 Writing 시험 성적을 좌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디베이트를 열심히 하면, 이러한 SAT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고 본다.
첫째, 디베이트를 하면 제시된 주제 관련 자료를 읽는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미국 최고의 필자들이 쓴 생생한 영어를 읽게 된다. 늘 주제를 바꿔가며 토론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주요 어휘, 키워드는 저절로 익힌다.
둘째, 디베이트는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찬반논리를 구별해야 하며, 반박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즉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Critical Reading을 하게 된다. SAT의 새로운 영어 시험 Critical Reading이 요구하는 바를 정확하게 훈련하는 것이다.
셋째, 실제 디베이트 과정에서는 찬반의 한 입장을 골라 그에 걸맞은 근거를 대며 자기주장을 펴는 훈련을 한다. 이를 글로 풀어 쓰면 그것이 바로 SAT의 Writing의 Essay 연습이다.
내 아이는 5학년 때부터 디베이트를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는 아빠인 내 자신의 과거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스스로 똑똑하고 생각했던 나는 대학시절 한 학회 세미나에서 자료의 분석과 평가에 애를 먹었고, 특히 사회를 맡았을 때 참가자들의 발언에 대한 포인트를 환기해 토론을 생산적으로 이끄는데 실패했던 경험을 했었다.
내 자신에 대한 절망감이 컸지만, 2학년을 마친 뒤 시작한 논리학 공부에 매달리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