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수(長壽)는 축복일까, 재앙일까

2011-01-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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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길 지리학 박사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다. ‘굿바이 죽음’을 외치는 과학발전에 사망신고도 믿기지 않는다. 생명과 의학 발달의 연결고리는 이승과 저승의 무지개 다리 같이 희비(喜悲)가 교차한다.
노화 방지 약들이 쏟아지면서 수명은 이미 30% 추가 연장되었다. 인간의 기대수명을 150세까지도 본다. 한편 죽음을 부정하는 생명공학과 의학 논문도 발표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연두교서에서 ‘잘 사는 사회’와 복지정책을 강조했다. 노년의 삶이 천덕꾸러기 인생이나 외롭고도 서글픈 나날로 채워지는 것에 반대했다. 경륜이 무시당하고 재산과 명예는 헌신짝이 되고 부양책이나 경제권은 박탈되어 방에 오줌 싸는 애견(愛犬)보다 못한 신세는 용납되지 않는다.
노인의 인권은 박탈당하고 있다. 은퇴는 현대 전문직 사회의 산물로 가공할 고령화의 격랑 속에 국가적 재앙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에 대한 예산은 국가 예산에서도 ‘울지 않는 애 젖 안 주는 신세’가 되었다. 안타깝다.
고령화 시대 고려장(高麗葬) 때문에 무겁지 않은 잿가루 상자 마련에 500달러라는 광고가 묘한 뉘앙스를 준다. 장수촌의 미담 뉴스는 무색해졌다. 인간승리는 있어도 노인승리에 대한 뉴스는 왜 사라졌을까.
지난 달 북가주 페어옥스 시의 한인이 운영하는 양로센터에서 한인 할머니(73)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양로센터에 대한 전격 영업 금지 처분은 비디오 영상에서 간호원이 할머니를 밀쳐 넘어지게 하는 장면과 해부 결과 발견된 의사 처방이 없는 진통제 투약을 그 증거로 했다.
DNA 조정 없이도 평균 수명은 200세가 멀지 않았다. 인간의 정서적인 가치관도 변하고 있다. 70세는 꿈도 못 꾼 평균 수명이 90세까지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히 장수 시대다. 노인 문제 대책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공론화 돼야 한다. 우주 나이 약 160억년 중에 생체나이 100세는 한 ‘찰라’에 불과한 소립자 수명일 뿐이다.
노화 방지는 생체 나이를 약 30년 줄일 수 있다.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활기찬 모습이 낫다. 살인적인 스트레스는 조기 검진과 운동으로 1주일에 4번, 30분 이상을 걸으라고 한다. 나라가 복지나 반 값 재원조달 등의 달콤한 말로 ‘표’ 도둑질(hunting)할 때, 잊지 말고 손자 손녀의 얼굴을 쳐다보자. 노인들을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속이는 보험사, 은행, 친구, 교회, 사업체 들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노화학회 이재용 회장은 ‘포괄적인 기준 정립’을 강조했다.
노인복지 딜레마는 세대 간의 마찰로도 비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세금도 한 푼 내지 않은 한인 노인들이 복지 의료, 주택, 식비 보조(푸드 스탬프) 등 혜택에 불만을 터뜨리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높다. 평생 일한 한인 동포들도 수명이 늘면서 연금은 30년 후에 소진되고 파산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스웨덴 복지정책은 “많이 내고 많이 받는” 80%의 연금 지불 정책을 택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젊은 선진 미국은 늙은이들을 리스키 하다며 박대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상투적 수법으로 ‘거짓’을 읊어대고 있다.
노익장(老益壯) 하자. 완전한 사망 신고는 없다고 한다. 노는 사람이나 노망난 사람은 노인이 아니다. 노력하는 사람과 노련한 노인이 ‘노인’이다. 노인은 젊음을 배워야 한다. 자녀들에게 전화보다는 문자를 보내야 답이 온다. 긴 설교보다는 간단명료한 결론만 전하자. 결론은 ‘침묵이 금이고 미소는 다이아몬드’란다.
헬렌 켈러는 귀 먹고, 눈멀고, 말 못하는 처지에서도 “단지 사흘 동안 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뜨는 해와 지는 낙조(落照)를 보고 싶다”고 했다. 미래사회는 70세 이상을 YO세대(젊은 노인, Young Old)라며 지혜, 책임감, 식견, 집착, 경륜 등을 나잇값으로 치고 있다.
노인들이여 속지 말고 희망을 소중히 간직하자.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 삶은 신비롭고 멋지다. 뭉치면 의롭고 신명난다.
newchalleng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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