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완서 선생을 기리며

2011-01-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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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세상을 떠났다. 새 작품을 접할 수 없구나 하는 섭섭함이 먼저 떠올랐다. 그분의 책은 항상 읽을거리로 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박완서 선생님은 나의 롤 모델이었다.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겠다고 나선 모든 여성들에게 그분은 롤 모델이었을 것이다. 소설의 흡입력과 탁월한 문장력, 감탄이 나오게 하는 표현과 어휘선택이 글을 쓰고자 꿈꾸는 이들의 귀감이 되었다.

나는 팬으로서, 존경하는 작가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그 분을 만난 추억이 있다. 그분은 감상은 글로 만들어 털어내고 말하기는 잊은 분 같았다. 고개만 끄덕이면서 상대방 말을 조용히 들어주려고만 했다.


앞서 보낸 아들에 대한 집요한 사랑으로 고통마저도 혼자 독차지 하고파 한 방울의 고통도 내비치기 싫다는 아들의 사고사에 대해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병원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함께 했던 분이 우리 집을 다녀간 직후라 내가 상세하게 알고 있는 것에 마음을 열어주는 듯 했다. 그 분은 아들의 죽음은 배신에 가까웠다면서 “나는 정말 앞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라고 절실하게 말했었다.

그 분이 홀연히 세상을 하직하셨다. 이제 아드님과 만나 사진처럼 함박 같은 웃음을 지으실까. 그분은 글쟁이 노릇에서 놓여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해방감을 맛본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었다. 아, 선생님, 이제 그곳에서 황홀한 해방감을 누리시는지요.


임혜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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