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좌 있어요?”

2011-01-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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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손자손녀들이 세배랍시고 절하고 돈 받는 재미에 몰려올 것을 예상해서 세뱃돈을 미리 마련하였다. 은퇴하고 나니 수입원이 뻔해서 어렵사리 마련한 세뱃돈이었다.

이왕이면 새 돈으로 주고 싶어서 돈을 바꾸려고 가까운 한국계 은행을 찾아갔다. 은행원에게 새 돈으로 바꿔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구좌 있어요?” 한다. 나는 처음 미국에 와서 거래하기 시작한 미국 은행 구좌가 유일하다. “없다”고 했더니 새 돈은 없고 좀 나은 지폐로 바꿔주겠다고 한다. 고민 끝에 사절하고 조금 멀리 걸어 외국 은행으로 갔다.

새 돈을 부탁하니 두말 않고 빳빳한 새 지폐로 교환해주었다. 예쁜 봉투도 필요한대로 가져가라고 한다. “해피 뉴 이어!”도 빼놓지 않는다. 준비를 잘 해 놓은 것을 보니 이맘때가 되면 새 지폐를 바꾸러 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그런데 한국계 은행에는 왜 새 지폐가 없을까. 새 지폐는 구좌가 있는 고객들에게만 주는 것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들은 스스로 쌓아놓은 장벽을 넘지 못할까. 입소문이 곧 여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정일무 / 라하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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