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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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크리스마스 선물

2010-12-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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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는 가족, 연인, 친지들이 모여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경건하고 뜻있는 이벤트이다.

나는 지난 33년 동안 홀마크 가게를 경영했다. 일 년 내내 밸런타인스 데이, 부활절, 어머니날, 아버지날, 할로윈과 추수감사절 등 시즌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바쁜 비즈니스였기에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사랑과 믿음을 나누기가 어려운 생활이었다.

이제 아이들이 성장하고 독립해서 각자 자기 길을 가고 있어 고마운 마음이다. 그러나 한 인간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는 타고난 유전자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환경인자가 작용하고 인성의 형성에 부모의 한없는 사랑과 믿음과 시간이 수반되어야함을 알기에, 크리스마스가 되면 지난날 아이들이 느꼈을 상처가 짐작되어 가슴이 아프고 후회하게 된다.


가난에 찌들었던 모국이 이제는 세계적으로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삼성, LG, 현대 등 한국 기업의 제품들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2009년 사망 통계에서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고 한다. 황금만능주의가 사회생활의 공통분모가 되고, 예술은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해 우리 고유의 문화의 특성이 변질되어 한류라는 이상기류가 문화를 휩쓸고 있다. 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밖에서 자녀들은 소외되고 외로워하고 괴로워한다.

TV에 나오는 부유층의 거칠 것 없는 생활,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리게 하는 랩과 현란한 댄스, 전국을 달려가는 먹거리 소개, 영상문화를 휩쓰는 한류의 세속화, 점점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 현대를 살아가는 자녀들의 다층적 심정을 우리는 과연 살펴보려고 했던가?

리얼리즘과 깊이 있는 예술적 모더니즘을 지나서 탈구조주의의 포스트 모던한 사회의식에 편향된 21세기의 첫 10년이 지나간다.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해서 80대 노인도 성형을 하는, 그래서 "이 좋은 세상 마음대로 사는" 자기 절제나 객관적인 판단력이 흐려진 혼돈된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상이 일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런 사회의식이 미국의 이민가정에도 전이될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주위에 있다.

이제 은퇴한 후, 건강을 위해서 자주 그리피스 공원의 숲을 걷는다. 숲속 키 큰 참나무와 떡갈나무가 어우러져 하늘을 가렸다. 자연을 품어 안고 사는 사람은 마음이 풍족한 사람이다. 천혜의 자연,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은 일생 순수한 마음이라는 재산을 갖고 살게 된다.

아직 척박한 현실에 접하지 않아서 순수한 어린 시절, 자녀들에게 초록의 즐거움과 희망을 주자. 자연과 더불어 생명의 고귀함과 기쁨을 안겨주자. 현재의 매 순간을 사랑하며 충실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자. 그래서 삶이란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 "생명의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이라는 괴테의 말이 가슴에서 소리친다.

바다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파도를 쳐서 스스로 새로워진다고 한다. 70만 번은 아니라도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걸으며 함께 생각하는 생활이 부모가 자녀들에게 주는 최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닐까.


김인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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