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마샬 루스터 칵번(제프 브리지스·왼쪽)과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는 매티의 아버지를 살해한 탐을 찾아 길을 떠난다.
★★★½ (5개 만점)
존 웨인 나왔던 1969년작 리메이크
모두 오스카상 수상자들인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 감독이 연출하고 베테런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주연하는 웨스턴으로 흡족하지는 못하나 야성적이요 보기 좋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1969년에 존 웨인이 주연해 생애 단 하나의 오스카상을 받은 동명영화의 리메이크인데 코엔 형제는 웨인 영화의 리메이크가 아니라 영화의 원작인 찰스 포티스의 소설에 충실한 새 영화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웨인을 생각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인데 브리지스가 나름대로 사납고 거친 외눈의 주정뱅이 연방 마샬 루스터 칵번 역을 자기 것으로 잘 소화해 내고 있다.
‘죄 값은 치러야 한다’는 인과응보의 내용을 지닌 작품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성서적 주제를 강하게 띠고 있는데 이는 서부시대 정의구현의 방식이기도 하다. 코엔 형제는 또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찬송가 ‘영원한 팔에 안기세’(그 밖에 다른 찬송가 몇 편과 함께)를 전편에 깔아 성서적 색채가 더욱 짙게 풍긴다.
약간 감상적이요 말캉한 웨인의 영화에 비해 이번 것은 군더더기 없이 사납고 야생적인데 액션이 있으면서도 나오는 주인공들의 인물과 성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의 진행 속도가 승려의 만보처럼 느린데다가 중간 지점에 이를 때까진 거의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다시피 해 지루하다.
또 이 영화는 굉장히 말이 많은데 소설에 충실한다고 옛 서부시대의 말을 쓰고 있는데다가 칵번 역의 브리지스가 말을 입 안에서 웅얼웅얼 대는 식으로 해 상당 부분 도대체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막이 필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한 영화다.
무대는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지역인 착타우 네이션. 머리를 두 갈래로 딴 야무지게 생긴 14세 난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가 아버지를 살해한 무법자 탐(조시 브롤린)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고 사건현장인 마을에 도착한다.
매우 영리하고 조숙하며 또 독립심 강한 매티는 수소문해 악명(?) 높은 외눈(브리지스는 웨인과 달리 오른 쪽 눈에 안대를 했다)의 주정뱅이로 입이 건 연방 마샬 루스터 칵번(브리지스)을 찾아 간다. 칵번은 무법자들을 여럿 죽인 킬러로 그와 매티가 처음 대화를 나누는 장소는 칵번이 일을 보는 측간.
돈이 떨어진 칵번은 매티의 제안을 거의 마지못해 수락하는데 매티는 자기도 탐을 잡는 길에 동행을 한다는 조건을 단다. 그래서 둘이 길을 떠나는데 조금 있다 여기에 동행하는 자가 역시 탐을 잡으려는 텍사스 레인저 라비프(콧수염을 한 맷 데이몬이 자기 비하하는 연기를 하면서 코믹한 분위기를 제공한다).
셋이 산과 광야를 넘고 강을 건너 탐과 그의 동료인 더러운 이빨을 한 럭키 네드(배리 페퍼) 일행을 추적하면서 간간이 총격전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칵번과 매티와 라비프의 인물들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또 서로의 대화와 위트 있는 농담을 통해 인간적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처음부터 매티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던 칵번은 매티를 딸처럼 생각하게 된다.
로저 디킨스의 거친 서부를 있는 그대로 찍은 넓은 화면의 촬영과 카터 버웰의 흙냄새 가득한 음악이 아주 좋다. 이 영화가 건져낸 큰 수확은 연기 경험이라곤 전연 없는 스타인펠드. 오스카상을 받은 나이 먹은 연기파 브리지스에 맞서서 의연하고 강건하며 또 듬직한 연기를 한다. 눈이 확 떠지는 6척장신 같은 연기다.
PG-13. Paramount.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