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드만 환경상

2010-12-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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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골드만(Goldman)은 샌프란시스코가 낳은 굴지의 박애주의자요, 환경지킴이다. 청바지로 잘 알려진 리바이 스트라우스 재벌의 상속녀인 아내와 함께 1951년 골드만 재단을 설립한 후 근 7억달러의 자선금을 각처에 희사해 왔다.

샌프란시스코 토박이로 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후 이곳에서 사업을 일으킨 연고로 그들의 애향심은 거의 전설적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 1,000만달러를 쾌척하고 후원회를 구성, 이젠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 탈바꿈시켰다.

골든게이트 공원 내 노후했던 식물원에 희귀 초목들을 수집하고 복구에 힘써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만든 것도 그의 후원 덕이다. 게다가 교육에도 관심이 커 도시 빈민아동 급식 프로그램을 비롯, 유대계 미국인들을 위한 이스라엘 프로젝트에도 지속적으로 지원해 온 가장 큰 손이다.

그런데 그들은 평생 숙원사업이 지구 환경보호라고 술회해 왔다. 그와 아내는 보이스카웃과 걸스카웃으로 성장하며 자연보호의 중요함을 어려서부터 체득해 온 덕이라고 했다. 그들은 물자 재활용이 보편화되기 훨씬 전부터 집안에서 자식들과 함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분리수거를 실천해 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들은 지구 보호의 대명제에 큰 영감을 일으킬 만한 사업을 찾게 된다. 그것이 1990년 제정된 ‘골드만 환경상’(Goldman Environmental Prize)이었다. 이 상은 ‘녹색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는 유명 정치인이나 과학자들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이름도 없는 민초들에게 주는 상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의 희생, 목숨의 위험이나 권력의 위협을 감수해 온 용기 있는 토박이 환경지킴이들을 위한 상이다.

올해도 각 대륙에서 선발된 6명에게 각각 15만달러씩 수여되었다. 아시아에선 캄보디아 출신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코끼리들과 인간들의 공존을 위해 노력해 온 한 청년이 선발되었다. 쿠바에선 살충제와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농부들과 평생 일해 온 농경지도자가 뽑혔다.

골드만 환경상은 지난 20년간 79개 국에서 139명을 선발했다. 그 수상자 중에는 옛날 말단 고무농장 일꾼이었다가 이젠 브라질 환경장관이 된 실바도 있고, 2004년 케냐의 삼림 사막화 방지운동을 선도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된 마타이도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낳은 큰 손이자 환경의 대부 리처드 골드만은 지난달 90세로 타계했다. 수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 로다의 뒤를 이은 것이다. 장례식에서 큰 아들이 아버지를 회고한 기사를 읽었다. “아버지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심어주는 능력이었습니다. 우선 청년 때, 제 어머니에게 남편감으로서의 깊은 영감을 심어주어 지난 50년간 화목한 대가족을 이루어내신 것이지요.”

그가 사람들에게 영감을 심어주고, 그들이 스스로 실천하려는 의지가 생기게 한 데는 그가 과감한 솔선수범을 통해 모범을 보인 삶의 자세 때문이라고 한다. 난관에 부딪칠 때 물러서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책을 찾아내는 끈기와 추진력도 남달랐지만, 사람들은 그가 보통 사람들에게 베푼 인정과 친절함을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그는 의리의 사나이였어요. 한번 믿으면 끝까지 지켜준 로열리스트였지요.” 하나밖에 없는 지구와 샌프란시스코를 평생 사랑한 의리의 사나이가 타계한 날, 하늘은 종일 포근한 가랑비를 내렸다.


김희봉 수필가·환경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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