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섬에서

2010-12-0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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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사람들로부터
잠시 비켜 있으려고
여기 왔습니다

비겁하게
도망친 것은 아니고
즐겁게 숨었지요

절대침묵으로
사랑하는 일이
아직은 힘들지만
여기서 배우겠습니다


다시 뭍으로 나가기 위해
바위로 엎드려 있으렵니다
바위 끝에 부서져서
눈물을 노래로 일으키는
파도가 되렵니다


이해인(1945 - )


누구나 한번쯤은 나로부터, 사람들로부터 비켜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바위로 엎드리고, 파도가 돼 눈물을 노래로 일으키기에 적합한 곳으로 화자는 섬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제 섬은 절대침묵과 사랑, 평화의 상징이 아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 시작하는 뇌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불화의 핵으로 떠올랐다. 쿠오바디스. 우리 민족은 이 겨울의 거친 파랑 속에서 도대체 어디로 배를 향해야 하는 것인지요.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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