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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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교사평가

2010-12-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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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빨리 그 고통에서 빠져 나가길 간절히 원한다. 행복을 느끼고 누리고 있는 사람은 꿈인지 생신지 구별 못할 정도로 행복해 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행복이 지속되기를 갈망한다.하지만 시간은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사정없이 지나가 버린다. 그래서 불행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금방 지나갈 것이야” 하고 위로 해주면 듣는 사람이 많은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에 충실하고 감사하고 또 지금 할 일이 있으면 지체하지 않고 해야 한다.

현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과거가 있기에 현실이 있고 현실이 있어야 미래가 있다고 흔히 말한다. 과거란 시간상에서 본다면 2차원 평면적인 것이 아니라 3차원의 역동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리하여 역사를 공
부하고 분석할 때는 몇 월 며칠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일이 일어났고 배경의 인물은 누구이고 한 관점으로 보면 어떻게 그 역사가 외형적으로 보이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 똑같은 사건이 어떻게 보일까하는 다양성을 사회과목 그리고 역사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흔히 한국식 교육은 암기와 주입식 교육, 그리고 미국식 교육은 해석과 분석의 교육이라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뉴욕을 비롯한 전 미국의 교육 실정은 현재 위기에 놓여있다. 숫자의 관념에 눈이 멀어 무엇이든지 숫자로 증명하고 설명해야한다. 참으로 웃기는 현상이다.


교사라는 사람은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실감나고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는 교사가 참교사이고 학생들은 이런 배움을 갈망한다.그러나 교육청에선 교사평가를 해야 한다며 노래를 부른다. 교사가 얼마나 학생들을 잘 가르치나 우리 한번 교사평가 해보자며 교육국이 수년전부터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다. 통계학을 하는 분들이 더 이 평가에 관해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이 평가의 내용과 평가기준을 알고 나면 절로 머리를 절레 절레 흔들면서 웃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가치를 반영한 교사평가체계 (value-added teacher evaluation system)는 정말 우리 시민들과 교사들을 멍청이로 무시하고 내놓은 말도 안되는 평가제도이다. 학자들 및 통계학 학자들은 뉴욕교육국에서 쓰여지는 이 평가체계를 신뢰할 수 도 없을 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예를 들어 한 교사를 Ms. P 로 지명하고 또 한 학생을 Student M 으로 지명 하자. Ms P 는 Student M 의 독해력시험 결과 그리고 수학시험결과를 혼합해서 얹는 점수에 근거하여 계산된 목표점수치를 무조건 올려놓아야 한다. 예를 들자면 Student M 의 점수가 550이라 보자. 그리고 계산된 목표점수에 따라 Ms P 는 무조건 이 학생 점수를 Student M 555점으로 올려
놓아야 한다고 치자. 이렇게 절대적인 숫자를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는 절대적인 목표치로 정해놓고 이를 달성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사용해 교사 평가를 한다. 만일 이 학생이 555점을 이루지 못 했을 경우에는 교사 Ms P 의 점수가 삭감되는 것이 바로 현재의 교사평가 체계이다.

만일 교사 Ms. P 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여 학생을 가르쳤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학생 Student M 의 아버지가 직장을 잃고 따라서 엄마가 일터로 나가야하므로 숙제와 학업을 돌보아줄 보호자가 없을 수도 있다. 방과 후 Student M 은 동생들과 집에 혼자 남아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숙제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낸다. 저녁때 엄마는 늦게 돌아오시고 아빠는 우울증에 빠져서 술만 마신다고 치자. 학교 수업은 엉망이 될 것이고 아무리 Ms P 가 Student M 을 정성껏 지도 한다고 해도 가정환경으로 인해 Student M 이 시험점수가 내려가게 되면 Ms. P 의 교사점수도 내려가게 된다.

교육국에서는 교사평가 점수로 인해 Ms. P 교사의 정년을 삭감하거나 해고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려고 기를 쓰고 있다.경제가 나쁜 것도 교사 탓이고, 아이의 아빠가 실직을 해 우울증에 걸린 것도 교사탓이고, 학생이 집에서 숙제는 하지 않고 동생들을 돌보면서 텔레비전에 열중하는 것도 교사 탓이고 또 아
이가 학교에 와서 졸아서 수업에 집중을 못하는 것도 결국은 교사탓이 되는 셈이다. 학생의 학습태도나 집안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시험점수로만 교사를 평가한다는 것은 침팬지가 들어도 웃을 지경이다. 통계를 실시할 때 항상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주로 신뢰할 만한 통계는 2-3%의 오차범위가 있는데 현재 교사평가 체계의 오차범위는 4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런 측정방식은 대학이나 어느 학회에서는 "흉내도 못내는" 가짜 통계 방법인데 이런 방식이 교사평가에 쓰여진다는 것 참 우습고도 씁쓸하다.

나와 또 다른 동료 교사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서로 위로 해 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 교사들이 말도 안 되는 이 교사평가방식에 싸워야 하는지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읽는 한인동포여러분들께서도 무조건 언론사의 달콤한 구호에 빠져서 교사평가를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의 의견을 내놓기 전에 어떤 도구로 어떻게 교사가 평가되는지, 왜 교사를 숫자와 점수로만 평가 해야 하는지, 교사평가를 하면 누구에게 이익인지, 그리고 공교육의 미래는 어떻게 변해 질 것인지 모두 함께 3차원적인 생각을 갖고 함께 분석해 보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생각 끝에 실천으로 미국에서 민주화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면, 특히 우리 소수민족들에게, 내가 먼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깊이 생각해 보자. 현실의 시간을 붙들어 매지 못하는 것이므로 빨리 생각해 행동으로 옮기자. 생각만 하고 기도만 하는 수동적이고 힘이 없는 사람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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