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길을 걸으며

2010-11-2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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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마음이 통하는 등산 친구가 한 명 있다. 등산을 함께 가기로 약속하면 만나는 장소와 시간을 따로 말하지 않아도, 어떤 준비물을 가져올지 미리 의논하지 않아도, 늘 나는 샌드위치를 그리고 그녀는 커피를 준비해서 항상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만난다.

가방을 등에 메고 지팡이를 손에 잡고 걸어가는 가을 산은 어찌나 예쁘고 아름다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어떤 길은 노란색 낙엽이 수북이 깔려있어 마치 아가의 손바닥 무늬가 새겨진 예쁘고 포근한 이불을 깔아 놓은 것 같다.

그러나 등산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어떤 길은 너무 좁아 둘이 걸을 수가 없어 한 사람은 앞서 가고 다른 사람은 뒤를 따라가야만 한다. 혼자 걸을 때는 잠시 심심하긴 하지만 인내를 가지고 열심히 걷다 보면 어깨를 마주하고 걸을 수 있는 넓은 길도 나온다.


등산을 할 때마다 등산길은 우리의 인생길과 너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늘 하나 없어 힘이 드는 비탈도 나오지만, 참고 오르다 보면 내리막길이 나오고 숲이 우거진 평지가 나와 어느새 시원함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꾸준히 길을 가다보면 마침내 주차장에 도착하고 “아! 이제 다 왔구나!”하는 마음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해 한다. 우리의 인생길도 때로 힘들고 어려운 고개들을 만나기 마련이지만 인내하며 걷다보면 언젠가 쉴 수 있는 도착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경이/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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