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0-11-2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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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골 화룽장터
땜장이가 떴습니다
울어 옐 상제도 없이 비 맞으며 떴습니다
예순 줄 봇돌을 놓고 못재 넘어 갔습니다.

긴 적막 한 귀에서
땅땅땅 땅땅땅땅
해진 삶 땜질하던 백씨의 마지막 길
신새벽 눈뜬 머슴새 홀로 따르고 있었지요.

그 여름 그 끄나풀 여직 큰 기침입니다
정신대 덫을 놓아 가로채 간 아, 갑순이....
땅땅땅 땅땅땅땅땅
뭐 별일은 아닙니다.


옥살이랑 애옥살이랑 훌훌 털고 갔습니다.
장터에선 봇짐이며 헌 수첩이 탔습니다
그 무슨 <特委> 기사도
깊이 숨어 탔습니다.


송선영(1936 - ) ‘땜장이 백씨에 관하여’ 전문

헌 물건을 짱짱한 새 것으로 다시 만들어내던 땜장이 백씨는 자신의 해진 삶도 그렇게 때워 쓸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때워 쓰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유행이 지나고 싫증이 나, 버릴 뿐이다. 그래서 한 때는 소중하게 여겼지만 이제는 소용없어진 자신의 기술 그리고 추억과 희망의 흔적이 담겨진 봇짐, 헌 수첩, 신문 기사들을 버리고 저세상으로 떠나갔다. 땅땅땅 땅땅땅땅... 그의 망치 소리만 허공에 남아 적막한 한 순간을 울리고 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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