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파 이스트 무브먼트 성공과 한인사회

2010-11-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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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 기자에게 날아 온 이메일 한 통이 눈에 띄었다. 그 메일에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 빌보드 핫 100 21위 진입’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고백하건데 그 때만 해도 ‘파 이스트 무브먼트’란 그룹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큰 관심도 없었다.

이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 나섰다. 한인 2명과 아시아계로만 구성된 힙합 그룹이란다. ‘글쎄, 특이하긴 하지만 이들에게 한인이나 아시안이란 정체성이 있겠나’하는 생각으로 노래를 접하면서 그들을 다시 보게 됐다. 전 세계의 관심을 모은 그들의 히트곡 ‘라이크 어 G6’의 공식 뮤직비디오에는 한글과 LA 한인타운 곳곳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반복 재생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과의 첫 만남은 이후 진한 여운으로 남았다.

한인 노지환(프로그레스), 정재원(J-스플리프), 일본과 중국계 혼혈 케브니시, 필리핀계 DJ-버만 등 4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사실 꾸준한 활동을 통해 지난해부터 음악팬들 사이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성을 얻어왔지만, 빌보드 핫 100 순위에서 급상승하며 마침내 1위에 등극한 지난 두 달여간은 이들이 세계적인 깜짝 스타로 발돋움한 시간이었다. 2003년 그룹을 결성하고 LA 한인타운의 허름한 클럽에서 활동하며 윌튼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일생의 꿈이었다는 이들은 7년의 무명 세월을 견디고 마침내 전 세계의 유명 공연장을 순회하고 있다.


이들 그룹의 성공은 분명 남가주 한인사회, 아시안 커뮤니티의 기쁨이다. LA 한인타운에서 성장한 이들의 성공에 수많은 이들이 덩달아 기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힙합 장르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계 아티스트에게 희망을 줬다’는 치사가 괜한 말이 아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때 아닌 뿌리 논쟁도 한창이다. 이들은 지난 7년 동안 한인타운의 문화와 아시아계로 살아 온 성장배경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머리는 미국인, 피부만 아시아계 아니냐고 반문한다. 유튜브에서는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기존 힙합매니아와 비아시아계인의 인종차별적 글도 나타난다. 이런 우문에 한 네티즌은 ‘음악에 인종이 무슨 문제냐. 음악이 좋으면 즐기라’는 현답을 던졌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성장기는 영화 속 이야기처럼 감동적이다. 그 중심 배경
에 남가주 한인사회가 있다. 이들은 7년이란 무명생활을 견디는 동안 아시안 커뮤니티가 행사 때마다 자신들을 불러준 점에 진정 고마워한다. ‘우리 음악에 문화적 배경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는 그들의 성공이 한인타운에 더 다양한 문화가 꽃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한인 이민사회에 기쁨을 안긴 그들의 성공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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