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괴로우나 아름다운 것

2010-11-05 (금)
크게 작게
명문대학중 하나인 뉴욕대학교(NYU) 의대의 부속건물인 대학센터에 가면 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큰일을 하기 위해 힘을 달라고 기도했더니 겸손을 배우라고 연약함을 주셨다.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건강을 구했는데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라고 병을 주셨다. 행복해 지고 싶어 부유함을 구했는데 지혜로워지라고 가난을 주셨다. 세상에서 칭찬을 받고자 성공을 구했더니 뽐내지 말라고 실패를 주셨다. 내가 구하는 것은 하나도 안 주셨지만 진정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주셨다.”

우리들의 삶 속에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일이 더 많이 생기고, 우리가 목표한 것과는 다른 길로 가는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자기의 삶을 뒤돌아보면 실패와 좌절을 통해 더 귀한 것을 얻었음을 발견하곤 놀랄 때가 있다.

그런 한 가지 예가 일본 ‘마쓰시다 전기회사’의 창립자인 마쓰시다 노고스께 회장의 경우이다. ‘내셔널’ 상표로 2차 대전 후 세계의 가전 업계를 석권하여 세계적인 부호이자 사업가가 된 노고스께 회장은 94세의 나이로 운명하기 전에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세 가지 어려움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나는 이 어려움을 내 인생에 닥친 절벽으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은혜로 생각했다. 첫 번째는 가난 속에 태어났기 때문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서는 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또 무척이나 약하게 태어난 덕분에 건강의 소중함도 일찍이 깨달아 몸을 아끼고 건강에 힘써 아흔이 넘었어도 삼십대의 건강으로 겨울철 냉수마찰을 할 정도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 또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했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나의 스승으로 받들어 배우는데 노력하여 많은 지식과 상식을 얻었다.”

우리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은 자신에게 닥친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해석 하느냐의 차이다. 물이 반이 남아 있는 컵을 보고도 “이제 반 밖에 안 남았네”라 고 실망하며 좌절 할 수도 있고 “아직도 반이나 남았구나”라고 심기일전해 희망을 갖고 노력하여 성공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쓰시다 전기의 노고스께 회장과 같이 유명한 사람이 아닐 지라도 우리 주변에는 자기에게 닥친 어려움과 역경을 담담히 감내하며 굳세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훌륭한 이웃들이 있는데 그들을 대할 때마다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김동길 교수와 같이하는 지중해 크루즈’를 할 때 어느 저녁 교수님과 같이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기념 사인을 부탁하자 ‘인생은 괴로운 것, 그러나 아름다운 것’이라는 경구를 주셨다. 그가 전해 준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는 나이가 들어 황혼기에 접어드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세희 Lee & Assoc.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