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 김(뉴욕음악원 원장)
다가오는 뮤직 컴피티션을 열심히 준비 중이던 나의 학생 한 명이 어느 날 갑자기 하기 싫다며 어머니와 나에게 완강히 반항을 하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한숨을 쉬시며 자초지정을 설명해 주시는 것이었다. 주변의 알고 지내던 지인 한 분이, 전공할 것도 아닌 아이가 뮤직 컴피티션에 나간다고 하자 그런 곳은 실력 있는 엄청난 유명 음악 예비학교 학생들만이 나오는 곳이라고 하여 아이의 사기를 꺾어 놓은 것이 그 이유였다.
내가 놀라고 당황스러웠던 점은 어른들의 그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순식간에 달라진 나의 학생의 태도 때문이었다. 실력도 안 되는 자신이 그런 곳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시간과 돈 낭비라고 생각하며 연습에 별 성의를 안 보이는 학생을 보며, 어머니와 나는 뒷수습을 하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하였다. 컴피티션은 나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아이들에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게 해준다. 등수와는 상관없는 이 소중한 경험을, 그 아이의 실력 여부를 떠나서 미
리부터 폄하하여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기를 죽이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지금 당장은 등수와는 많이 먼 성적을 낸다 할지라도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그 아이가 나중에 음악적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학과 공부이건 음악 공부이건 운동이건 그 어떤 것이건 간에, 아이들에게는 실패조차도 소중한 경험이기에 그 하나하나의 경험과 성공여부의 가치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꿈과 귀중한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기회들을, 어른들의 생각 없는 말 한마디 때문에 포기하고 실망하기엔 그것이 너무나 아깝고 또 소중하기 때문이다. 쓴 소리에 자극 받아 이를 갈고 연습해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도 많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사고 능력이 성숙하게 된 후의 일이다. 그런 소리에 자극 받아 이를 갈기엔 아이들은 아직 너무 해맑고 여리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은 쓴 소리 한마디 보다는 따듯한 격려와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일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생각부터 하게 만드는 어른들 밑에서는 아이들도 그것을 그대로 보고 배우며 자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안될 것 같던 아이들도 많은 격려와 또 끊임없이 주변에서 그들을 믿고 밀어주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얻어, 상상 이상으로 많은 발전을 하는 경우 또한 빈번하다. 자신감과 격려가 음악 분야만큼 많이 요구되지는 것이 또 있을까. 순간의 감정과 심리상태가
음악 공부를 해나감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알기에, 아직 심리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계속 자라는 중인 아이들에게 이것만큼은 듬뿍듬뿍 아끼지 않고 많이 주고 싶다. 아이들이 꿈을 먹고 자란다면 그 꿈을 더 크고 튼튼하게 키워주는 영양소들 중에는 음악도 그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꿈과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음악이 큰 도움과 격려를 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많은 음악에 노출되어 자란다. 그 많은 음악의 홍수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접하며 자랄 수 있는 아이들은 무척 행운아들이다. 악기를 다루고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며 더 나아가 다른 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기회까지 가질 수 있는 일이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지속된다면, 그러한 경험에서 아이들이 얻는 것들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훨씬 더 그 이상이다. 좋은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이며, 또한 음악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들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따듯한 말들을 적절할 때 해주는 것도 또한 어른들의 몫이다. 아이들을 음악과 함께 자라게 해주어야지 음악 때문에 좌절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