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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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삶의 무대

2010-10-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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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무대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연극을 공연하든 음악을 공연하든 연설을 하든, 관중들의 시선은 무대에 선 사람에게 집중된다. 무대에 선 사람은 긴장도 하고 연습도 하고 실수도 하고 또 관중들과 "대화"도 하면서 재미있고 흥겹게 한 장면, 장면 펼쳐 나간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뒷풀이를 한다. 이때 감정에 사무쳐 우는 사람도 많고, 술을 과음하는 공연자도 있고 또 조용히 자신에 생각에 잠겨 숨을 죽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다.우리의 "삶의 무대" 는 어떠한가. 어떤 장르의 공연자이고 누가 관중인가? 나는 남이 바라보는 사람의 주인공인가 아니면 내 자신이 믿고 바라보는 주인공인가? 남만 의식하고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지는 않은가? 겉으로만 멋있게 연기를 하고 내적인 마음과 정신은 복잡하고 평화롭
지가 않지는 않은가? 아니면 "삶의 무대에" 보이는 내가 진정 나인가? 한번 생각해보자.

쥬디스 게스트(Judith Guest) 의 "Ordinary People" 을 중학교 영어 시간에 읽었다. 제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장면은 어머니가 아들 장례식에 가면서 아버지에게 어떤 신발을 신으라고 권했는데, 아버지는 너무 슬픔에 잠겨 있어서 "아들 장례식에 신발 색깔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서 어머니에게 반발을 한다.어린 나는 아버지를 전적으로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더욱더 여기 나오는 아버지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어머니같은 캐릭터가 많다. 너무 남을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하며, 다른 사람 따라 하기 등에 신경을 무척 쓴다. 왜 그리 남이 나를 아니면 우리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할까? 털어서 먼지 나오지 않는 사람없다는 말처럼 우리 인생은 별로 그리 다르지 않고 다 그렇고 그런 인생을 산다고 생각한다.


부자라고 하루에 밥 세끼 이상 먹고사나? 유명인사라고 화장실에 가서 볼 일 보지 않고 살 수 있나? 지식이 높다고 해서 책 안 보고 신문 안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 할 수 있나? 우리의 "삶의 무대"는 과연 어떤가? 내 자신이 보기엔 내 무대가 어떤가? 남이 보기엔 어떤가? 남을 너무 의식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버리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성형수술을 한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남미에서도 마찬가지로 성형수술 산업이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연예인들을 보면 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같고 결국에 개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괴물로 변했나?

어느 연속극에서 (인생은 아름다워) 들었는데 한국 민족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 라는 증세가 있다고 한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는 누가 잘 되면 "배 아파"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탐욕과 질투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점인가? 서재필 선생 말씀 중에 "박수"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박수는 남을 찬양하는 제스추어이다. 진심으로 남이 잘된 것에 대해 축하하는 행동이다. 아름다운 바디 랭귀지이다.남을 칭찬하지 못 하는 사람, 박수를 아끼는 사람은 자격지심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다고 이 현상이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아니다. 태도도 연습이 필요하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아도 남을
축하하는 마음을 연습을 해야 한다. 누구든지 할 수 있다.

한 사회학자는, Peter Berger 는 "나는 누구인가?" 를 이렇게 풀이한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 나는 남이 생각하는 나,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남이 생각하는 나라고 해석한다.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떤 무대에 서 있고 나를 보는 관중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내 자신을 의식하고 관중들을 의식하나? 그리고 만일 내가 생각하는 내가 좀 멋있지 않고 질투만 하고 내 자신만 내세우려고 하는 사람이면 빨리 연습에 들어가야 한다. 남을 찬양하고 내 자신을 반사하는 연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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