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존 그리샴(John Grisham)은 유명한 작가가 되기 전 어떤 일을 해 왔고 경험을 해 왔을까? 오늘 뉴욕타임스를 읽고 작가 존 그리샴의 경험담을 알게 되었다. 그는 11살때 한 시간에 1달러씩 받고 장미밭에 물주는 소년이었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해 승진도 했다. 시간당 1.50달러를 받고 화원에서 울타리 치는 일을 했는데, 삽으로 깊게 파 울타리가 파묻힐 때까지 땀을 뻘뻘 흘리는 막 노동이었다. 12살 때 존 그리샴은 막 노동판에서 땀과 노동의 댓가를 서서히 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다음 여름방학땐 친척의 인맥을 통해 아스팔트 작업공으로 취직을 했다. 어린 소년은 아스팔트를 까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참 멋있게 보였다. 하지만 막상 7월 달에 아스팔트를 까는 작업은 한증막이나 사막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지 착각 할 정도로 힘이 들고 몸이 뜨거워 까무러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서 조금 쉬운 일을 찾았는데 배관공으로 일도 해 보았고 결국은 16살때 백화점에서 남자 속옷 파는 판매원이 되었는데 동료들끼리 서로 시기 하는 바람에 수년동안 속옷만 팔다가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이렇게 막 노동을 하면서 어린시절 여름방학을 보낸 존 그리샴은 결심했다. “공부를 하고 대
학을 가야지 내 삶이 좀 편해지겠구나.”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세무사가 되길 희망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고, 결국 아무도 원치 않는 범죄변호사로써 자원봉사 하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 1983년 겨우 연봉 8000달러를 받으면서 미시시피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변호사로 일 하면서 재판과정과 내용을 열심히 노트에 적어 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중에 그의 대표작인 타임
투킬(A Time to Kill)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쓰는데 3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처음에 출판하고는 몇 년동안 빛을 못 보았다고 한다.
그럼 우리한인 사회에서는 막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민 온 부모는 왜 그렇게 교육열이 높고 막노동하며 사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가? 그리고 막노동이나 고생하지 않고 잘 자라서 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다. 그러면 땀은 성공의 아버지인가? 내 주위에 있는 친구, 동창, 동료, 제자 그리고 선배들을 보면 어렸을 때 땀의 댓가를 안 사람
이 나중에 성공을 했다. 그렇다고 일부러 사우나에가서 때밀이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일의 힘, 일의 보람, 일로 인한 실패, 일로 인한 성공, 몸으로 실감한 경험, 몸으로 경험한 실천이 필요하다. 머리만 쓰는 직업이라고 다 스트레스가 없는가? 오히려 머리를 많이 쓰고 육체를 아끼는 직업이 스트레스가 제일 많다고 한다.
흔히 학부형들은 교사인 나에게 물어본다. “우리아이가 어떤 인턴십을 해야 나중에 대학에 갈때 많은 도움이 되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 한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니 아이가 경험과 고생을 통해 삶의 바탕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권장하라고. 이 일은 집에서 가사 일을 돕는 일부터,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던지, 양로원에서 어른들 시중드는 일을 하던지, 꽃가게에 가서 장미 가시를 손수 다듬는 일을 하던지, 청소년기에 무조건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게 아니라고 나는 대답해 준다. 이렇게 대답해 놓고 부모인 입장에선 내 아이를 막노동판에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봐 두려운 것은 하나도 없다. 내 아이가 막노동판에 가서 고생 할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이러한 육체적인 노동으로 인해 좋은 경험을 쌓고, 일의 댓가와 보람을 느끼고 나중에 자신의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되면 막노동판이건 몸을 사리지 않는 일을 시키고자 한다.
내 남편은 목수이자 집 고치는 사람이다. 돈은 많이 벌지 못한다.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 사람의 성실함이었다. 자신의 일에 만족을 하고 성실히, 열심히 일 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네 아빠를 무척 존경하고 사랑한다. “아빠는 우리 사는 집도 지은 훌륭한 사람. 아빠는 우리를 정성스럽게 돌봐주는 집에 있는 선생님, 맛있는 음식을 해 주는 요리사. 내가 필요한 놀이 도구를 설치하고 만들어주는 마술사, 그리고 여자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하고 격려해 주고 믿어주는 우리 아빠” 하면서 얼마나 아빠를 따르는지 모른다.부모로서 어떠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부모입장에서 어떻게 우리아이가 성공을 해야 하는지 한번 깊게 생각 해 보자. 누구의 관점에서 판단과 결정을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자.
남 보기에 좋게 살고 남과 비슷한 삶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내 자식의 입장에서 내 자신이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고 또 내 자식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자식을 막노동판에 보내어 일을 하게 해도 내 마음은 어떨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가 한국을 떠나 미국에 사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남과 똑같이 가르치고, 입고, 멋 내고 똑같은 곳으로 휴가가고 똑 같은 가방 들고 유학 보내고 하는 한국땅에서 안 사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