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이 먹고 싶다
2010-09-30 (목) 12:00:00
끼니 생각도 없어
그냥 누웠는데 발이 점점 시려온다
이불깃을 당겨도 숭숭 바람이 든다
속이 비어 그런가
찬밥덩이 물 말아 한 술 뜨는데
투 둑, 눈물방울이 서럽다
알. 알. 흩어진
밥알이 서럽다
늦은 밤, 혼자 밥그릇에 수그린 삶이 서럽다
낱. 낱 떠돌다 발 시린 날은
차라리 밥이라도 비벼볼 일이다
알. 알. 흩어진
마음이라도 뻑뻑 비벼볼 일이다
벌겋게 비빈 양푼 속은 매워도
비빌 때가 좋았다
비비기만해도 배부른 비빔밥이 그립다.
강학희(1949 - )
물에 만 찬밥의 밥알들처럼, 알알이 낱낱이 흩어져버린 부모님, 가족들, 친구들을 화자는 떠올린다. 그리고는 늦은 밤 밥그릇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이 서럽게 느껴져 눈물을 떨군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양푼에 썩썩 비벼낸 비빔밥을 먹고 싶어 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헛헛한 고독감이 밀려오는 밤이면 그리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밥이라도 비벼볼 일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