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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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마음

2010-09-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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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나는 어렸을 때 너무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도 왜 그렇게 관심이 많고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어린이 교통도 해보고 싶었고 걸 스카웃에 들고도 싶었지만 장애가 있다고 끼어주지 않았다. 수영도 하고 싶었고 자전거도 타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다리도 아랑곳 하지 않고 주변의 눈도 의식할 겨를도 없이 늘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참여하는데 정신을 쏟고 살았다. 무엇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도록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인간의 발달을 연구하는 심리학의 여러 학파에서 자신들의 이론으로 인간의 동기유발을 일으키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주장한다. 예를 들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성욕으로 삶의 의지를 설명하고, 행동주의학파의 스키너는 우리의 행동 중에 보상을 받은 행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피아제로 대표되는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새로운 지식 간의 차이가 생길 때 사람은 알고자 하는 동기가 유발되며 반두라처럼 사회심리학의 시각에서는 주변에서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인간의 발달을 대표하고 있는 4대 학파이다.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화이트(White·1959)는 인간은 기술을 연마하여 숙달된 경지에 이르려고 하고 주변환경에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타고난 의지력(mastery motivation)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이 나에게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동의 “하고 싶어하는 마음 (동기유발)”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고 어렸을 때 그렇게 뭐든지 하고 싶어했던 내 마음을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동기유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화이트 이론은 쉽게 가정이나 교육현장에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이트의 이론을 발전시킨 수잔 하터 (Susan Harter)는 외부 보상물로 강화가 되던 아동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즈음에는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자부심으로 강화될 수 있도록 강화체계가 내면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어려서는 공부를 잘한 대가로 맥도널드에 데려가거나 용돈을 주는 것으로 보상을 하면 그것을 받기 위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부모는 자녀의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해 성적을 잘 받으면 원하는 것을 해 주겠다며 보상을 조건으로 내세우게 되고 그 조건과 보상의 크기는 자녀가 커가며 점점 더 커져야만 한다. 또한 이러한 부모의 보상은 또래에게 인정받고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보상과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어 사춘기가 되어 탈선을 해도 막을 길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춘기가 되기 전에 부모가 주는 보상물에 의해 동기유발이 되던 아동이 화이트가 말하는 스스로 기술을 연마하고자 하는 의지력과 주변환경에 자신의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하는 타고난 보상체계로 바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교육자료나 교육환경보다 중요한 것이 동기유발이고 사람은 동기유발이 되면 옆에서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실력을 가꾸게 되고 스스로의 목표을 정하여 앞으로 나가게 된다.

보상체계가 내면화되도록 돕는 방법은 많은 활동과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여가도록 하는 것과 그 작은 성공을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칭찬해주는 것이다.

공부가 아무리 중요해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지식의 폭은 한정되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이 설명하듯 책으로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식을 활동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기회가 장애아동들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좋은 교사라 하겠다. 교실에 일주일 내내 갇혀 생활하는 자녀들과 이 좋은 가을의 주말에는 꼭 시간을 내어 버스도 타보고 들로 산으로도 나가보자.


김효선<칼스테이트 LA특수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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