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함께 누는 똥

2010-09-2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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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히 먹겠습니다!
먹은 것은 다 똥으로 돌아간다
이 들에서 얼마나 많은 선조와 선임자가 똥을 눴을까
이 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물 안팎의 나이로 묻혔을까
야영이 끝나면 꼭 뒤 무거운 새벽이 왔다
내가 스물다섯의 나이를 M16 총구에 매단 채
여러 해 어린 전우들과 작전에 투입되었을 때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은 누적된 성욕과 식욕
주입된 적개심과 무조건의 복종심
계급이 높으면 무조건 충성! 경례를 붙였고
계급이 낮으면 은근히 충성! 경례를 기다렸지
복창소리 보지, 눈깔 돌아가는 소리 운운을
내가 했듯이 누군가가 할 것이고
10년 뒤에도 할 것이고
탈없이 군복을 벗고 제 갈 대로 가면 잊혀져가고
우연히 만나도 다른 신분의 옷을 입고 있겠지
내 뼈가 묻힐 이 들에서 兵끼리 모여
대인지뢰라며 된똥을 누는 새벽
안개가 불침번을 함께 서주는 이 새벽이
기록되지 않을지라도 내 오래 기억하리라
엉덩이는 무척 시리지만 얼마나 후련한가
다음에 야영하는 어느 놈이 내 똥을 밟을 것인가.


이승하(1960 - )


남자들의 군대 다녀온 이야기는 비슷하다. 내무생활을 하고, 선임자가 후임자를 갈구고, 작전을 나가고, 졸병에서 고참이 되고, 제대를 한다. 그런데도 질리지 않고 그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또 듣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 이야기에는 ‘먹은 것은 다 똥으로 돌아간다’고 인생을 단순화시킬 수 있는 명쾌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참들이 대인지뢰를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함께 먹고 함께 똥을 누는 존재라는 사실을 시원하게 깨우쳐준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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