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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걸 (American Girl)

2010-09-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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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칼럼

노동절이 지나 새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 으레 공부에 필요한 학용품과 새로 입고 갈 옷 등을 준비하게 되는데, 요즘은 부모님들이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새로운 유행이 불고 있습니다. 바비 인형, 양배추 인형 등의 대유행 장난감을 배출한 세계 제일의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 Inc)은 아메리칸 걸(American Girl)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걸은 교육과 놀이의 아이디어를 접목한 작품으로 인형 캐릭터의 체계화와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시대적 인형 캐릭터를 통한 미국의 역사와 그 시대의 가치관을 관심 있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으며, ‘필리세티’라는 인형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과 ‘꼭 너처럼’(Just Like You)이라는 마케팅 컨셉으로 주류의 극찬을 받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메리칸 걸이라는 인형은 자녀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친구들과의 교제에 있어서 더욱 윤택한 놀이소재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는 영화 아바타의 하이브리드 생명체처럼 자신의 생김새와 가깝거나 자신이 추구하는 모습을 가진 인형을 소유하고 놀이에 이용함으로써 자아를 유형의 매개체를 통해 키우고 발달시킬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난감을 통해 자녀는 자신감과 정체성을 키울 수 있지만 고가의 장난감인 아메리칸 걸은 몇 가지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고가의 장난감은 자녀에게 어른들의 허영심을 어린 나이부터 주입시키고, 바람직하지 못한 우월감이나 때로는 열등감을 얻게 돼 성격 형성과 사회성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걸은 방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자녀들의 사고와 상상력을 자극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과 영화, 인터넷 등 각 매체를 통해 각 캐릭터와 연관된 자료와 스토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것을 마케팅의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교육적이고 사고의 발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주입식의 상상력이며 자료 제공이기 때문에 창조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면의 문제는 자녀에게 고가의 장난감을 자주 사주게 되면 자녀에게 돈에 대한 소중함과 경제적인 관념, 더 나아가 올바른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걸이 제시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이 인형의 고급화에서 생기는 사회적인 파장일 것입니다.

순수할 나이의 어린 학생들 사이에 사회적 경제적 계층의 성립과 가시화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인형을 세 개씩 가지고 모든 액세서리를 갖출 수 있는 가정의 학생은 비슷한 여건의 학생들과 어울릴 것이며, 인형이 없거나 한개 밖에 그리고 인형의 옷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없는 경제 여건의 학생은 점점 무시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메리칸 걸의 고급화 마케팅은 어떻게 보면 부모님의 열등감(low self-esteem), 친구들 사이의 집단압력(peer pressure), 따돌림에 대한 두려움(need for acceptance) 등의 요소가 절묘하게 배합된 전략이며 경제 사정이 어려운 다수 소비자에게는 사줄 수도 안 사줄 수도 없는 대처하기 힘든 유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유행과 대중문화의 흐름에 굴하지 않아도 자녀가 자신감이 넘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 트렌드를 따르던 안 따르던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이런 부모님의 확신과 현실의 판단, 이 두 가지의 밸런스가 건강한 선택의 중심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714)293-0123, www.drjustinchoe.com


저스틴 최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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