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고 인기 직업

2010-09-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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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필자의 고교 동창 부인으로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들었다.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교직이 최고로 선호되는 직종이며, 또한 시대에 상관 없이 교직에 있는 신부감이야 말로 한국 남성들 사이에 늘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한국에서 교직에 있었기에 최고의 신부감이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교원임용고시가 사법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경쟁률이 20대 1을 상회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교직이 인기가 있는 것은 후학을 키운다는 데에서 오는 보람도 있지만, 직업의 안정성과 사회적 존경, 그리고 교직이 보장하는 여유 있는 방학기간 등이 긍정적으로 받아지는 것 같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키우는 젊은 맞벌이 부부에겐 여름방학에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교직이 더욱 매력적일 수가 있다.

필자가 1995년에 처음 교육위원이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강조해 오고 있는 것이 동양계 교사들의 확충이다. 이제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립학교에서 동양계 학생들의 비율이 거의 20%를 육박하건만, 교사들의 비율은 그 5분의 1도 채 안 되는 3.3%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인사담당자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벌이고 있으나, 워낙 교직을 지망하는 동양계 젊은이들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미국 전체를 두고 볼 때 대학에서 교직을 염두에 두고 공부를 하는 학생들 중 동양계는 겨우 2% 정도에 불과하다. 동양인들은 교육열은 높은데 반해 왜 정작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냐는 반문을 받기도 한다. 그럴 때면 사실 필자는 대답이 궁하다.


동양계 교사는 왜 상대적으로 적을까? 물론 교직이 다른 전문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봉급이 적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다. 그러나 페어팩스 공립학교의 경우를 살펴볼 때 대학을 갓 졸업한 초임 교사가 받는 초봉이 $44,000정도 된다. 베네핏도 제법 괜찮다. 일 년에 약 9개월 정도 밖에 일하지 않는 것을 고려한다면 괜찮은 대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직업의 안정성에 있어서는 본인만 열심히 노력하면 업무평가 등을 이유로 해임을 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금 힘들어 보일 때는 주위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교사들이 교직에 있으면서 석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연봉이 5,000달러 이상 인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퇴연금제도가 잘 되어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교직을 시작해 30년 정도 일한 후 50세 중반에 은퇴를 할 경우 은퇴연금으로 받는 액수는 은퇴 전 마지막 3년 동안 받던 월급 평균의 거의 80% 정도까지 된다.

올해 30년 교직생활 후 은퇴하는 교사의 경우 학사학위 소지자는 약 6만, 석사학위 소지자는 약 7만 달러 정도를 매년 연금으로 수령한다. 그리고 사실 50대 중반에 은퇴를 한 후 전직을 하거나, 아니면 타주로 옮겨 교사생활을 계속하면서 은퇴연금과 월급 이렇게 이중으로 수령하는 경우도 많다. 페어팩스 공립학교의 경우만 놓고 보자면 교사의 대우가 다른 전문직에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재정적인 면으로 보아서도 결코 교직이 다른 직종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물론 교직이 월급이나 베네핏 또는 은퇴연금만을 염두에 두고 택하는 직종이어선 안 된다.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없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에 재정적인 이유로 교직을 택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교직에 있다가 교육 행정직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직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 동양계로서 교육 행정직에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에 재능과 자질이 있는 동양계 교사들에게는 교육 행정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

고교 동창 부인으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이곳에서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여성에게만 교직을 권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곳서도 선생님이 최고의 신부감으로 여겨지는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한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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