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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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후유증’ 성인된 후 앓는다

2010-09-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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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결핍·사회성 결여 등 뒤늦게 표출

▶ “청소년기 자아·성격형성 문제 탓” 지적

뉴욕주립대학에 다니고 있는 케이트 김(22·가명)씨는 학교에서 소위 ‘왕따’다. 중학교 2학년 때 혼자 유학을 온 그는 한인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를 다니면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더니 대학생이 되어서도 친구가 없다.
전문 상담가는 김 양을 만난 뒤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인종차별까지 받은 경험이 있는 김양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고 스스로 폐쇄형 인간으로 변하는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조기유학이 빚어낸 대표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이 겪는 성장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창한 영어구사와 미국의 우수한 교육 시스템에 대한 기대로 부모에 의해 유학길에 올랐던 조기유학생들이 성인으로 자란 뒤 각종 부작용 속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말부터 몰려온 조기유학생 1세대들이 이제 20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되면서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들이 표면 위로 드러나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닌 타인의 손에서 성장한 조기유학생들의 경우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들보다 자신감이 결여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등 성격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평소에는 잘 모르다가도 사회 활동을 하면서 이런 문제가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해외로 출국한 초·중·고교 학생 수는 2000년 4,397명에서 2008년 2만7,349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2000년 이후 누적 집계된 조기 유학자 수만 총 15만4,345명이다.


이처럼 매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떠나고 있지만 이들은 학업 성적과 해당 국가의 언어 능력 향상에만 집중된 관심을 받을 뿐 사춘기 10대 청소년으로서 자아 및 성격 형성에 대한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상당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의 레지나 김 소장은 “가치관이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사춘기에 부모의 가정내 역할, 부모로부터의 보호와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자아 혼란 및 문화적 갈등을 겪은 뒤 사회 부적응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학벌과 직업 등 외형적인 성공만 지향하는 의식구조와 부부 중심이 아닌 자녀 우선의 한국적 가족관계가 온전한 가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노열·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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