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행복한 부모 밑에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들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하더라도 부모들 스스로가 행복하지 못하고 또 불행한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면 성공적인 자녀양육은 요원해진다. 많은 양육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감정, 대인관계 및 학업성취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부모 행복수준’을 꼽는다.
자녀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 못지않게 부모들 스스로가 행복해져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 청소년은 학교를 자주 결석하고 폭력을 휘둘러서 경찰에 체포가 되었다. 결국 일 년간의 보호관찰과 상담명령을 받게 되었다. 이 아이는 분노조절과 행동장애 문제가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화와 짜증을 자주 내었으며 매사에 부정적이었다. 종종 어른들에게 반항하고 규범을 어겼다. 상담을 받으러 오면서도 얼굴에 화가 가득 차 있었다. 상담시간을 자주 어겼고 비협조적이었다. 이 청소년의 부모는 행복한 가정생활의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 엄마는 아이 못지않게 신경질 적이었다. 부모들은 일주일이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한다. 몇 해 전에는 가정폭력으로 아빠가 체포된 적도 있었다. 행복하지 못한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의 마음속에는 사랑과 행복이 아닌 분노, 반항, 공격성이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의 심리 및 행동적인 문제가 꼭 부모의 잘못만은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장애와 행동문제는 생물학적인 요인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가정이라는 공간과 사랑과 보호를 일차적으로 제공하는 부모들은 자녀의 감정과 행동발달에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감정처리와 행동방식을 배워 나간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자녀는 부모의 분신과도 같다. 자녀의 모습을 보면 부모가 어떨 거라는 것을 대개 짐작할 수 있다.
부모들이 행복하지 못하면 아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여력이 없다. 불행한 부모들은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육체적인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마음 속에 분노와 불만이 가득 차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서로에게 대하듯 아이를 감정적으로 신체적으로 학대하거나 방임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아니면 아이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배우자에게서 기대해야 할 역할을 전가할 수도 있다. 또한 부부간의 가정폭력이나 정신적 학대는 아이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쌓이게 되고 비행, 탈선, 가출, 약물남용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의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향후 자신들이 폭력적인 배우자가 되거나 배우자의 폭력을 당연시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행복하지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랑과 안정감의 욕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불안, 분노, 반항, 공격성의 성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자라나서 친밀감 있는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결혼을 기피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한국인으로서의 동질감을 거부한다. 한국 사람, 한국적인 것이라면 무조건 싫어하고 기피해버린다. 타인종 친구들 만을 사귀거나 한국 남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반대로 부모들이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느낀다. 마음이 편안한 아이들은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자신감이 넘쳐나고 높은 자아존중감을 유지한다.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으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한다. 이런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학습성적도 뛰어난 편이다.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부모들이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실천해야 한다. 부모들이 행복해야 아이들을 안정감 있고 행복하게 키울 수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투와 행동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배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한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은 부모 자신들만의 행복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도 가꾸어 주는 밑거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