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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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손자 사랑

2010-09-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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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손자를 본 할머니가 얼굴에 기쁨이 가득한 홍안이 되어 자리에 앉자마자 사진을 꺼내 좌우 친구들에게 돌리면서 아주 건강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생겼지, 방긋 방긋 웃어, 이 녀석이 나만 보면 좋아서 두 손을 벌리고 안아 달래, 내가 이 재미로 살아 등등 계속 되는 손자 자랑이 끝이 없다.

“할머니들 사이에 손자 자랑하려면 돈 내고 하세요. 그래야 그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줄 터이니”라는 말이 유행이다. 노년이 되면서 새 생명이 내 자손을 통해 후손을 보았다는 그 기쁨. 손자들 하고 놀면 특별한 엔돌핀이 나온다며 힘에 겨운 줄도 모르고 안아주고 업어주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 가지고 가고 매일 보고 싶어 또 간단다.

첫 손자를 본 할아버지도 그 기쁨은 할머니 못지않다. 작년에 아여모에서 처음으로 조부모의 사랑 이야기를 공모했을 때 당선작에 뽑힌 김춘식 할아버지의 글 ‘손자는 친구, 손자는 애인, 손자는 왕’ 중에 “나는 생애 최고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손자와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70 평생에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다. 다들 바보 같은 영감이라고 흉을 보아도 좋다. 나는 행복하니까”라는 내용이 있다.


백인 조부모들의 손자 사랑도 뒤지지 않는다. 매일 먹는 커피 잔에, 티셔츠에, 가방에 손자들의 얼굴을 새겨 넣고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며 손자들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한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 때 노동절 다음 주일을 조부모의 날로 정했고, 캐나다에서는 1995년에 시작 9월 둘째 일요일을 조부모의 날로 정하고 가족 구성원에서 조부모의 역할에 중요성과 조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교육을 시키며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조부모님들을 초청 학예회를 열어 즐거운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제 나에게도 3명의 손자가 있는데 다행히 가까이 30분 거리에 살고 있어 얼마나 큰 축복이며 기쁨인지 모른다. 큰손녀는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고 둘째 손녀는 2살, 셋째 손자는 한 살이다. 나도 다른 할머니 못지않게 극성을 부리면서 열심히 손자들을 보러간다. 첫 손녀딸이 출생했을 때는 인디애나에 살았었는데 며느리의 친정이 인디애나에 있어 몸조리를 하려 한 달을 갔을 때 우리 집에서 3시간 떨어져 있는 곳을 교직에 있을 때라 주말을 끼고 2일은 결근하면서 까지 4일을 매주 보러 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확실히 특별 엔돌핀이 생산된 것 같다.

요즘은 며느리가 산부인과 의사로 당직을 할 때면 저녁에 가서 9시까지 봐주고 오고 아들 내외가 저녁에 외출할 일이 있다고 부탁하면 빨리 저녁 해놓고 가서 재워주고 밤 11시가 되어서 돌아오기도 했다. 아들 내외는 할머니가 교직에 28년을 있었으니 자기 아이들을 교육적으로 잘 데리고 논다며 자주와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라 틈만 나면 간다.

이번 돌아오는 9월 12일 미국 조부모의 날을 다시 맞이하면서 우리 한인 조부모님들의 손자 사랑도 더욱 보람 있고 기쁨이 가득한 행복한 날이 되기를 빈다.


석은옥 /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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