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방촌

2010-09-0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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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은 장래에 창녀가 될 계집애를 끔찍이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 피리 같은 골목을 지나, 다 쓰러질 것 같은 적산가옥 양지바른 시멘트 벽에 기대어, 지금도 울고 있을 그 계집애. 아, 내 청춘의 막장이었던 해방촌. 학교는 가지 않고, 미래의 양아치를 꿈꾸며 열심히 내공을 쌓던 곳. 한번 가서 다시 오지 않는 그 계집애.


원구식(1955 - )


누구나 질풍노도의 위기를 지나고, 평범한 어른이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토록 사랑하고, 꿈꾸고, 내공을 쌓던 해방촌이 청춘의 막장이었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번 가서 다시 오지 않는 그 시절을 마음 한 구석에서 떨쳐버리지 못하는 소년이여, 너무 슬퍼하지 마라. 네가 끔찍이 사랑했던 그 계집애도 시멘트 벽에 기대어 아직까지 울고 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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