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펌프업/ 스타이브센트고교 입학하는 캐더린 오 양

2010-09-07 (화)
크게 작게

▶ “무용복 입으면 저절로 춤속으로 빠져요”

지난 4월15일 스타이브센트고등학교 강당. 한국 고전 무용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소녀가 강당을 가늘게 휘감는 운율에 맞춰 섬세하고 우아한 동작을 만들어 내며 관중을 압도하고 있다. 이내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발짓춤과 피날레를 장식하자 강당을 꽉 매운 관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우렁찬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오는 가을학기에 스타이브센트고교에 진학하는 캐더린 오(14·한국명 세원) 양은 뉴욕일원 한국 고전무용계에서 보기 드문 유망주로 통한다.
이미 뉴욕, 뉴저지 일대 청소년 한국 고전무용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1인자로 지난 4월 스타이브센트 고교 한인학생회 주최로 열린 ‘놀이마당’에 중학생 자격으로 전격 초빙(?)돼 한국 전통무용을 대표하는 ‘태평무’의 진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네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뉴욕한국문화원을 찾아 처음 한국 고전무용에 입문한 오 양은 타고난 소질 덕분인지 배운 지 얼마되지 않아 전문 무용인 뺨치는 수준급 이상의 춤 솜씨를 뽐내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왔다.

태평무, 화선무, 진도북춤, 어우동 등 대부분의 한국 고전 무용을 섭렵한 지 오래. 미주국악협회가 주최하는 미주한국국악예술경연대회에 7~8년 전부터 출전해오면서 지금까지 금, 은, 동메달은 물론 특별상까지 수상하지 않은 상이 없을 정도로 휩쓸다시피 했을 정도다.“한국 고전무용의 매력은 뭐니 해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교함과 우아함인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오 양은 “무용복을 입고 무대에 서면 저도 모르게 저절로 춤 속으로 푹 빠져버려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오양에게 무용을 전수하고 있는 선생님들은 한 결 같이 재능이 남달라 소질을 잘 키우면 훌륭한 한국 고전무용가로 이름을 빛낼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오양의 꿈꾸는 미래는 고전 무용가가 아니다. 바로 한인 여성으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나 힐러리 클린턴 연방국무장관처럼 미국사회 발전에 영향을 주고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되는 것. “한인사회가 급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미국 전체사회에 주는 영향력은 그다지 큰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아직 특별한 부문은 정하지 않았지만 사회적으로 롤 모델 역할을 하는 당당한
코리안아메리칸이 되고 싶습니다”

오 양은 고교진학 후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겠다는 생각이다. M.S.76 중학교에서 수재로 꼽힌 오 양은 지난 5월 졸업식때 존 리우 뉴욕시감사원장으로부터 모범학생상을 받기도 했다.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은 수학과 영어로 시험 때마다 거의 만점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다. 올해 초 C2에듀케이션 주최 한국일보 특별후원으로 개최된 SAT 경시대회에 중학생으로 참가,
3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열린 전미수학경시대회 ‘AMC 8’ 부문에서 전국 1위에 올랐다.

오양은 공부 만큼이나 봉사활동에도 열심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뉴욕한국국악원생으로 양로원 등 노인봉사기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펼쳐오고 있다. “처음엔 양로원에 가는 일이 귀찮고 힘들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한 공연이 너무나 기다려진다”라며 활짝 웃는다. 맨하탄에서 델리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아버지 오완섭씨와 어머니 강영애씨의 무남독녀인 오 양은 “앞으로도 제가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면서 반드시 제가 꿈꾸는 일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김노열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