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낙원반점

2010-09-0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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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일을 하듯 여름이 지나면서
나는 자장면을 먹고 첫사랑과 헤어졌다
가고 오는 것도 일이라고
반쯤 남긴 면발이
질기고 길게 달라붙었다

간밤에 혼자 마시던 술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처럼
누군가가 해준 밥이 그리웠다
거기에 입맛이 돌아서
전화를 했을 뿐인데

낙원반점은 없다
없는 자리를 등에 업고
땀만 흘리면서 가을이 왔다
면목 없구나 처음이여 그 마지막이여
내 사랑이 까맣게 빛났다



김민형(1968 - )


중국식당에서 자장면을 먹는 것이 낙원이었던 지난 시절이 있었다. 생일에도, 졸업식 날에도 중국식당에 갔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젊은 날, 중국식당의 방에 모여 배부를 수 있었고 취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만나 사랑했고 자장면을 먹고 헤어졌다. 그러나 이제 낙원반점은 없다. 여름은 가고 낙원이 사라진 그 자리에 사랑의 추억만 무성한 가을이 자장처럼 까맣게 빛나고 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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