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중한 아동문학

2010-08-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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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오피니언란에 실린 <별 하나, 새 둘, 꽃 셋>의 허병렬 선생의 아동문학에 대한 글을 읽고 아동문학을 하는 작가로서 선생의 미주 아동문학에 대한 우려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존재가 희미하거나 가냘픈’ 것이 미주 아동문학의 현주소라고 하신 말씀에 동감하나 미래가 희미한 것은 아니고 매년 유능한 젊은 신인 작가들이 등단하고 기성 작가들이 있어 미주 아동 문학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의 아동문학은 쉽지 않다. 성인문학의 한 끝자락에서 파묻혀 있어 빛보기가 어렵다. 다민족, 다양한 문화 속에 동화 소재를 찾기에는 실로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기성 작가들은 대부분 이민 1세대들로 한국말로 동화를 쓰다 보니 깊숙이 미국 문화에 젖어 있지도 못하고 미국화가 되어가는 어린이들의 참 모습을 어떻게 형상화 할 것인가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 또한 기성 동화 작가가 쓴 작품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받을지도 미지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이 미주 아동 문학가 협회와 기성 작가들의 몫이다.

미주 아동문학은 2003년 10월 원로, 중견 아동문학인들이 모여 결성되었다. 초대 회장 남소희 님을 비롯 정해정 회장, 최성근 현 장들이 아동문학의 불모지인 미국에서 아동문학의 뿌리를 내리고자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그간 매년 아동문학 지를 발간했고 신인들이 등단했다. 세미나를 여러 번 해 왔다. 최근 시애틀에서 아동문학 캠프를 갖고 미주 아동 문학의 진로와 방향, 문학인의 역할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


미국으로 이민을 온 부모들과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흑은 아동이거나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한 경우 대부분 아이들이 부모 세대의 정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부모 세대들은 이민 사회 적응에서 겪는 심리적인 고립이나 외로움을 향수로 달래면서 더욱 한국적인 정서를 찾게 되는데 이곳에서 태어난 2세들은 직접적인 체험을 한 적이 없는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며 한국에서 자라다 이곳으로 이주한 1.5 세대들 또한 정체감의 혼란이 심해지면서 자기 뿌리를 점차 잃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아동문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부모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사회, 문화적 상황에 노출 되어 있다. 영어권으로 한국이 아닌 미국의 문화와 사회 와 역사를 배우며 그에 필요한 가치와 덕목을 익힌다. 그러나 부모가 태어나고 자란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이해 하면서 부모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정서적 뿌리가 튼튼한 아이가 외부 세상에 적응하는 모습이 훨씬 안정되어 있다. 아이들은 상상 능력과 공감 능력이 뛰어나므로 한국의 전래 동화와 동요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중 언어의 혼란, 부모와의 문화적, 세대적 차이로 인한 단절감을 앓고 있는 이곳 아이들에게 아동 문학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막중하다.

미국에서의 아동문학 작가들이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아동문학은 어린이가 자랄 때 필요한 영양소다. 작가들은 좋은 작품을 써야 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좋은 작품을 영역 출판을 하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일홍/아동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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