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매맞는 여자

2010-08-23 (월)
크게 작게
김 은주 뉴욕한인교사회 회장

최근에 학생들과 물의 순환에 관한 수업을 했다. 물은 태양으로 인해 수증기로 변해 구름이 되고, 구름을 둘러싼 공기의 온도가 낮아지면 비가 되고, 눈이 되고 우박으로 내리고 한다. 이 순환과정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매맞는 여자의” 현상도 이러한 물의 순환과 비슷한 것 같다.
매맞는 여자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라서 매맞는 여자가 된다고 한다. 때리는 남자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는 것을 보고 자라서 때리는 남편으로 자란다고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세대를 걸쳐 지속된다.

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은 다각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때리는지? 통계에 따르면 90% 이상의 여성 살해사건은 남편, 남자 친구, 연에게 구타나 폭력을 당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통계결과가 나올까? 매맞는 여성 (여성에게 매맞는 남성도 물론 많이 있다) 현상은 절대적으로 개인 의 문제가 아
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지고 풀어 나가야 할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유교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얼굴 팔리는” 일은 절대로 남에게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정폭력의 많은 피해자들이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부끄러워하면서 죽어 가고 있다.


최근에 이런 기사를 읽었다. 뉴저지 해캔섹에 있는 Bergen Family Services 의 소재 “Shelter Our Sisters” (S.O.S) 는 매맞는 여성들과 아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도와주는 사회복지 재단이다. 그 곳에 유일한 한인 사회복지사, 윤 수잔 선생님을 나는 알고있다. 나는 뉴저지 한인 교회 여성 연합회에서는 윤수잔 선생님을 도와 “한 가정 돕기” 운동을 해 왔다. 여기 보금자리를 찾아오는 한인 여성과 아이들을 (꼭 같은 생명 가지고 있는 여성과 아이들 ) 우리가 함께 돌봐주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 하는 일을 해 왔다. 그런데 이 기사에 따르면 이 SOS 기관에서 한인들을 위한 한인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고 한다. 윤 수잔 선생님께서 나이가 드셨지만 은퇴도 못 하시고 계시다. 이 일을 사명감 가지고 할 수 있는 사회복지사를 찾고 계시는 것 같다.

내 누이 같고, 내 엄마 같고, 내 친구 같고, 내 이모 같고 내 할머니같은 여성들은 매일 매맞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게 되는 비극이 우리 사회에는 크게 자리잡고 있다. 나는 대학때, “사회복지의 철학” 라는 수업을 들었다. 아주 점잖은 교수로 부터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된 좋은 수업이었다. 덩치도 크고 선비 같은 지식인 이었다. 철학 교수를 하면서 8개국의 언어에 능통했고 철학을 강의 할 때는 열정을 다 바쳐 수업을 진행하던 이 교수는 매맞는 남성이었다. 전처는 화만 나면 후라이팬, 접시, 의자, 칼 등의 물건을 마구 던지고 이 교수를 공격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매번 자신의 부인을 피해 다니다가 마지막에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폭력적인 전처와는 이혼하고 자신이 제일 힘들고 어려울 때 만난 사회복지사와 사랑에 빠져 재혼을 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도 많은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사회복지
의 철학” 이라는 수업의 강의했던 것이다.

Bergen County에 한인동포가 얼마나 많이 살고 있나? 또 한인 교회나 종교 기관은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사랑하고 도움을 서로에게 받고 주라고 형성된 사회가 아닌가? 그런데 이 Shelter Our Sister 를 찾는 한인 여성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 힘이 든다고 한다. 나는 신문 기사를 읽고 젊은 영어회중 목사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즉각 답장을 보
냈다. “우리 모두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다” 라는 그의 답글에 나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실천으로 나가는 길에 나도 참여 하면서 옆에서 지켜 볼 예정이다.뉴욕에선 “무지개의 집” 또 “Asian Women Center” 가 있다. 이 두 기관에서 봉사를 해왔다. 알고 보면 이 기관을 찾아오는 여성들은 다 내 어머니, 언니, 할머니, 사촌, 동생 같은 우리와 꼭 같은 여성이다. 단지 그들은 다른 어느 사람에게 구타를 당하고 몸과, 마음이 많이 다쳐있다는데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Homeless shelter 에서 밤샘을 하면서 일할 때 shelter 에 온 여성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똑똑하고 예쁘고 용감한 평범한 여인들 이였다. 그러나 가족 중 한 사람이 갑자기 병에 들고 보험이 없어서 길바닥에 나가 앉게 된 이야기, 집도 없고 주소도 없어서 구직을 할 때 이력서에 주소를 쓰지 못해 고민하는 젊은 금발머리 여성이 생각난다. 또 밤새도
록 시와 셰익스피어를 읽고 있는 학자도 homeless shelter 에서 봤다. 안경이 너무나 두꺼워 눈동자를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이었다. 대가족이 모여사는 집을 나와 shelter (그때 shelter 는 Catholic 학교 지하 식당을 밤에는 여성 homeless shelter, 낮에는 학교로 사용하고 있었다)에서 책을 읽거나 출근준비를 하는 젊은 회사원 여성도 봤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봉사생활의 의미를 배울 필요가 있다. 봉사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맑고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미국사회에선 봉사를 어떤 높은 학위보다도 더 인정해 주기도 한다. 한인들도 이 정신을 배워야 한다. 나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 생각 보다는 주위에 (그들을 딱하게 아니면 불쌍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가를 찾아보고 내 자신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 틀림없이 봉사를 베푸는 자에게 복이 올 것이고 보람을 느낄 것 이다. 이 봉사정신이 마치 물의 순환처럼 계속 돌고 돌아서 자연 현상으로 정착을 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