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네덜란드의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은 스페인의 승리(1:0)로 끝났다. 결과는 1점차에 불과했지만 경기의 내용은 스페인의 일방적 승리였다. 이번 결승전은 양국이 선택한 독특한 전술 때문에 축구 전문가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에서 창안하여 발전시킨 "토털축구(total soccer)" 전술을 들고 나왔고, 네덜란드는 자국(自國)이 개발한 토털축구 전
술을 버리고 오히려 해묵은 “수비축구(defence soccer)" 전술을 들고 나왔다.
축구는 개인기, 체력, 정신력, 전술 등 4가지가 중요 요소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전술이다. 아무리 개인기가 훌륭하고 체력이 좋아도 전술이 미숙하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축구다. 이번 스페인의 승리는 개인기도, 체력도 정신력도 아니고 “토털축구”를 구사한 전술 덕분이었다. 그러면 토털축구란 무엇인가. 첫째, 토털축구는 <전원공격, 전원 수비>의 전천후 축구를 말한다. 예전의 축구는 <포지션 축구>였다. 선수들이 자기의 포지션만 철두철미하게 지키면 다 되었다. 그래서 수비수는 수비만 하고, 공격수는 공격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다양한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나 토털축구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구분이 없다. 수비수도 공격에 적극 가담해야 하고,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 결과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이 뛰어나게 향상되고 다양한 변화에 대한 대처가 민첩해진다.
둘째, 토털축구는 공을 가진 상대방선수의 공간을 최소화시키는 압박축구를 구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공을 가진 상대방 선수를 3-4명의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에워싸면, 상대선수는 플레이 할 공간이 갑자기 좁아지게 된다. 그 때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되고 공을 빼앗기거나 실수를 하게 된다. 최전방 공격라인과 최후방 수비라인과의 간격을 좁혀 창조적 긴장을 만들어 나가는 압박축구는 토털축구의 백미(白眉)이다.
셋째, 토털축구는 한 두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치밀한 조직축구를 강조한다. 치밀한 조직축구를 하려면 모든 선수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누구나 다 공격수도 되고 수비수도 되고 미드필더도 되어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고정 포지션 파괴는 상대방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경기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세계 축구계에서 너무나 유명하게 된 토털축구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축구감독 잭 레이놀즈가 창안하였고, 네덜란드의 천재적 미드필더였으며 스페인 축구명가 바르셀로나의 감독으로 일했던 요한 크루이프에 이르러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요한 크루이프의 토털축구는 바르셀로나의 후임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와 현 남아공 스페인 대표 감독인 비센테 델보스케에게 고스란히 전수되었고, 스페인은 이번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에서 전수받은 토털축구 전술을 사용하여 감격적인 승리를 이끌어 냈다.
반면에 네덜란드는 어떤가. 네덜란드의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토털축구는 모든 선수를 공격에만 쏠리게 만들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기습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하고 네덜란드 식 토털축구 전술을 버리고 대신 수비축구 전술을 구사하다가 스페인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토털축구가 종전의 수비축구보다 더 효과적일까. 그 이유는 토털축구가 수비축구보다 조직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축구는 한 두 선수가 훌륭하다고 해서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조직력의 싸움이다. 축구 황제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화려한 선수가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잊지 말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다양화 가운데 통일성을 추구하는 시대다. 조직력과 시스템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란 말이다. 비단 축구만이 아니다. 가정이나 기업이나 교회나 국가조직을 보라. 한 두 사람의 능력보다는 치밀한 조직력과 팀웤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러므로 소수의 20%가 80%를 먹여 살린다는 파래토의 법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은 소극적인 80%의 자원을 활성화 시켜 어떻게 하면 낭비 없는 조직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시스템의 전성시대다.
성경에서 토털축구 전술을 탁월하게 구사한 사람이 있다. 느헤미야다. 느헤미야는 개인적인 능력도 있고,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고급관리였다. 말하자면 20% 안의 드는 엘리트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훼파된 성벽을 중건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돌아왔다가 큰 충격을 받는다.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수많은 낙오자들과 조직 이탈자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느헤미야는 이들을 다시 세워 꿈과 희망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 공동체로 다시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느헤미야는 소외되고 흩어진 80%의 낙오자들을 일으켜 세우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운동을 전개했다. 다시 말하면 백성 하나하나에게 책임과 권한을 분담하되 전체 조직에 공헌하는 토털축구 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그 결과 3년이 걸려야 가능하다는 성벽을 단 52일 만에 완성하는 기적을 이루어 내었다. 토털축구의 성경적 개념은 이렇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1·2). 당신의 리더십에 전술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전술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