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2010-06-22 (화) 12:00:00
죽은 시간을 뒤적이며
추억 따위를 건져내진 않을 거야
시간의 밑둥을 잘라 나이테를 감상하진
않겠어 차라리 음지 아래 소리들
볕으로 불러 내 물을 주겠어
허약한 몸 구리빛으로 다부져가는
것을 지켜보겠어
당기고 늦춰볼 수 있는 한 시간
세월의 틈새에
은유를 저장하겠어
희망이란 벼랑에서 피는 꽃
시간은 충분해
여름날의 한 시간은
수태와 분만이 가능하지
그후엔, 순순히 귀향하겠어
길섶의 클로버처럼 부드럽게 야위어가겠어
조성자 (1955 - )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모두들 한 시간씩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낮이 길어지고 일할 시간도 많아진다. 여분의 한 시간을 놓고 화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한다. 지난 일이나 되새겨보고 있기에는 여름날의 생명력이 너무 강렬하다. 여름은 나이테 속의 죽은 시간이 아니라 타오르는 욕망의 계절이다. 화자는 벼랑위에서라도 기꺼이 희망의 꽃을 피워내겠다고 한다. 놀라운 생의 의지다. 여름날의 한 시간이면 수태에서 분만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김동찬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