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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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밑천‘대화의 기술’길러주자

2010-06-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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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케이션 훈련

<문> 왜 우리 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나요?

<답 1> 그냥 유명하고 좋은 학교니까요.

<답 2> 학교가 전체적으로 활기차고, 특히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지원과 노력이 다른 학교들에 비해 훨씬 두드러지기 때문에 제 목표나 성격에 부합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들이다.

질문을 던진 사람의 입장에서 1번 대답을 한 사람보다 2번 대답이 훨씬 더 관심을 갖게 된다. 1번은 너무 단순하고, 건조해 보이는 반면, 2번은 그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있고, 분명한 자기주장이 담겨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심이 가는 대답은 또 다른 대화를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명한 자기 의견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물쭈물 하거나, 겉만 맴도는 얘기를 한다면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 스킬’(Communi- cation skill)을 훈련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것이 잘 갖춰지면 리더십도 함께 커지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란

말하기가 기본이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표현할 줄 아느냐에 대한 능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여러 포맷이 있다. 일반적인 인터뷰에서 스피치, 토론회 등 서로 다른 환경과 모양에 맞춰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상대방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리서치 ▲요약 ▲암기 ▲시연 등의 준비과정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뤄야 가능한데, 보다 세련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리더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클럽 등에서 회원들과 여러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이거나, 대화를 나눌 때 여론을 수렴하고, 상대방을 이해 또는 납득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때 그 그룹의 리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을 수 있다.

이 능력은 단순히 학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진출해서도 긴요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회사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진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직장 상사 또는 팀원들과 긴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 시작이 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겉은 A급, 속은 B급

학생들 가운데 각종 성적은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우수한데, 실제 만나보면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남과 대화하는 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친구들과 얘기하는 경우라면 격식이나 화법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입시와 관련된 것이라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 똑똑한 학생인데 중요한 자리에 가서는 자신감을 상실해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중 앞에서, 또는 중요한 자리에서 자신이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은 비단 학생뿐 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리더십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시작은 상대방과 충분하고 원만한 대화를 이끌 수 있는데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전달해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리더로서의 역할이 가능해 진다.


말하기가 중요한 이유

자녀들의 말하기 능력, 커뮤니케이션 스킬 수준을 쉽게 알게 되는 경우가 여럿 있다.

예를 들어 보딩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입학 담당자와 인터뷰를 하는데 10분도 채 되기 전에 끝나버렸다면, 합격이 어렵다고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딩스쿨의 인터뷰는 최소 20분에서 30분 정도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를 통해 학교는 지원자가 어떤 인물인지를 면밀히 살피게 되고, 지원자는 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질문에 단답으로만 끝난다면 진행자는 더 이상 물어볼 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기대하고 원하는 대답이 나와야 다른 질문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데, 자꾸 끊기다 보면 거기서 결국 끝나게 된다.

이런 학생들의 결과는 무엇일까.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은 “보딩스쿨의 경우 인터뷰가 당락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한인학생들의 경우 많게는 50%가 인터뷰에서 탈락해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한인학생들이 인터뷰를 어려워하는 것에 대해 ▲자기 확신 부재 ▲대인관계 인식 부족 ▲인터뷰를 위한 충분한 훈련 부족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콘텐츠 부족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 원장은 또 대화를 나누는데 대한 두려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결국 학교 관계자에게 자신이 얼마나 유능하고 괜찮은 인물인지를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훈련할까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집에서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다.
이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전문가로부터 스피치 또는 디베이트 교육을 받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로 형식은 다르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겹치는 부분들이 많다. 연구와 분석, 정리, 발표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논리력과 발표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이런 훈련은 인터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게 한다.


한인학생들은

한인 학생 가운데 실력은 우수한데 자기표현 능력에서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가 토론문화의 부재이다.

한국적 사고방식과 문화는 자녀의 표현능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수직적 관계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 보다는 부모의 지시를 따르는 것을 우선시 하는 환경은 장애로 작용한다.

여기에 자녀를 항상 어린 아이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녀가 얘기하는 것들을 과소평가하거나, 신중하게 듣지 않아 버리는 것도 옳지 못한 자세이다.

두 번째는 언어의 문제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생활해 온 아이들은 당연히 영어가 모국어인 셈이다. 훨씬 편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한국어가 더 편하다. 특히 한국에서 모든 교육과정을 밟았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길게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도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세 번째는 시간상의 문제이다.

바쁜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히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급적 시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주말에는 부모가 앞장서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자기시간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훈련을 통해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능력은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세인트 폴 중학교 학생들이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인트 폴 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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