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지깽이 꽃

2010-06-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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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밥을 할 때 부지깽이에서는 꽃이 핍니다. 홍매, 목단, 칸나, 채송화, 그 붉은 웃음소리가 꽃 피우는 소리를 듣고 아궁이 속 땔감이 툭툭, 뚝딱 화답을 합니다. 무쇠솥도 따라 그르릉거리며 뜨거운 콧김을 내뿜습니다. 부지깽이에 핀 꽃이 굴뚝에 가서 안개꽃을 피웁니다. 옷소매에 콧물 누렇게 말라붙은 내 입 안은 이팝꽃 만발입니다.
동네가 온통 꽃향기로 술렁입니다.
하늘의 구름꽃도 슬슬 밥냄새를 풍깁니다.

배한봉 (1962 - )


어릴 적 부엌에서 어머니가 불을 때던 장면을 화자는 떠올린다. 부지깽이를 움직일 때마다 바람이 들어가 땔감들에서는 불꽃이 살아난다. 홍매, 목단, 칸나, 채송화가 붉은 웃음꽃을 피운다. 굴뚝에서 올라가는 연기는 안개꽃이 되고, 구름꽃이 된다. 지난 시간들이 다 꽃이 되어 생생하게 피어난다. 구름꽃에서는 향기로운 밥 익는 냄새가 난다. 아, 좋다. 이렇게 바라보니 세상은 온통 꽃밭이 되는구나.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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