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난 6여년 동안 살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정말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이 맞기나 한듯 체중계는 연일 높은 숫자로 바뀌어 알려주고 있다.
어느 날 더 이상은 허락할 수 없다는 결심이 선 날부터 나는 책을 사서 읽고 병원까지 다니기 시작했다. 아마 다이어트로도 박사를 받을 셈으로 열심히 책을 읽어 대충 3가지 이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많은 책들이 돈을 벌기 위해 나오긴 했지만 아무 쓸모없는 글로 채우고 있는 책도 구분해 낼 정도가 되었다.
처음 며칠은 배고픔이든 목마름이든 아무 것도 느끼지 않고 여유롭게 짜인 식단에 따라 희희낙락하며 도대체 이렇게 쉬운 것들을 왜 못하는 것일까 하며 비웃음이 배시시 입가에 돌기도 했다. 드디어 3일이 지나서부터는 조금 불편함이 시작되었고, 1주일이 지나서부터는 통닭이며 쌀밥이며 맛있게 생각이 들던 그 모든 것이 머리 위를 뱅뱅 돌기 시작했고 짜증이 나는가 하면 열이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손발이 떨리기도 하고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살을 빼야 하는 과정에 겪는 어려움 중에서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며 너무도 힘든 것은 나의 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늘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서 운전을 시작하면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지도가 바로 그 흔한 맥도널드와 버거킹과 같은 패스트 푸드점들이고 혼자 사는 나는 드라이브 스루를 하며 스피커에 대고 대화를 하고 웃는 얼굴로 음식이든 봉지를 전해 주는 사람들과의 다정한 대화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었다.
사람을 만나도 어디서 만나나? 다 먹거나 마시거나 하는 장소가 아닌가? 그렇게 먹는데 시간을 많이 썼었던가? 다이어트를 하니 사람을 만날 마땅한 장소도 없고 만나 이야기만 하고 뻘쭘하게 헤어질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운전을 하며 도대체 그 수많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평소에도 빨리 먹는 사람인데 먹는 양이 계란 한 개 정도로 줄어드니 정말 먹는 시간이 3~4초도 걸리지 않고 그 나머지 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막막했고 먹는 것을 뺀 그 생활은 너무도 외로운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다.
그때 깨달은 것이 바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기 위해 간식을 하거나 껌을 씹거나 담배가 아닌 그 다른 뭔가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린 자녀들에게 흔히 “하지 마”라는 말을 아주 쉽게 한다. 그런데 그 하지 말라는 행동이 그들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으며 습관화 되어 있는 것일까?
“떠들지 마!” 큰소리로 말을 하지 말라는 의미일지는 모르지만 사실상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우리가 잠시라도 말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러면 그 길고 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컴퓨터를 하지 마!” 우리가 컴퓨터에 앉아 게임도 하고 친구와 채팅도 하고 필요한 지식 검색도 하고 미니 홈피를 관리하기도 하며 친구보다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과연 컴퓨터를 하지 말라면 그 남은 영겁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운단 말인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아동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부모는 “뛰지 마” “소리 지르지 마” “먹지 마” 등 너무도 많이 그들의 시간을 채우고 습관화 된 것을 쉽게 하지 말라는 효과 없는 말로 아동과 씨름을 한다. 아동은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채울 다른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비장애 아동들도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 모르는데 장애를 가진 아동의 경우는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대치할 ‘대안행동’의 선택권의 범위가 더욱 더 좁은 것이다.
부모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한다면 그 행동 대신에 아동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행동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행동을 “하라”고 말을 하는 것이 문제해결에 지름길인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아동이 했으면 하는 행동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너무 멀리 미래에 있는 행동이면 아동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의 대안행동으로 부적절하다.
아동에게서 원하는 행동을 구체적이고 차이가 쉽게 구별이 되는 행동을 말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예를 들면 “공부해”는 너무 추상적이란 말이고 “산수문제 3개만 풀어봐”라고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는 대안행동이 그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