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한인사회는 지난 2006년 월드컵 당시 역사상 처음으로 가든 그로브 아리랑 마켓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놓고 대규모 합동 거리응원전을 펼쳤다. 주관 단체들은 한국 팀 경기 시간이 아침 6시와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오라서 한인들이 많이 모일지 걱정했다.
그런 우려와는 달리 플러튼에서 부터 어바인에 이르기까지 OC각 지역에서 한인들이 몰려들어 한 경기에 평균 1,500여명이 응원전에 참가해 “대~한 민국!”을 외쳤다. 한복을 입고 참석한 빌 달턴 가든 그로브 시장을 비롯해 여러 주류사회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한인 2세들은 간혹 한국 미디어에서만 보던 ‘붉은 악마’의 합동 응원전 동참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한인타운을 타 민족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당시 한인들은 샤핑몰 시멘트 바닥에 종이를 깔고 앉아 아침 시장기와 정오에 내리는 뜨거운 햇볕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쳤다.
UC 어바인 대학생들은 북과 장구를 동원해 흥을 돋우었다. 그러나 야외에서 펼친 합동 응원전이었던 만큼 대형 스크린이 햇빛에 반사되어 선명하지 않았다. 또 행사 주관측은 야외 대형 스크린 설치 비용문제로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남아공 월드컵 합동 응원전은 OC 한인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4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이번에는 1-2개 단체가 아니라 각기 성격이 다른 9개 한인단체가 함께 뭉쳐서 단합과 화합을 과시하고 있다. 합동 응원 행사장이 거리가 아니라 작년에 건립된 최고의 시설을 갖춘 은혜한인교회 비전센터 본당에 마련됐다.
최대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비전센터 본당에는 초대형 스크린이 3개나 설치되어 있고 의자를 비롯해 모든 시설들이 오렌지카운티 퍼포밍 아츠센터를 방불케 할 정도이다. 지난달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룬 뮤지컬 ‘히즈 라이프’를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또한 한인들은 새벽에 파킹랏을 찾기 위해 거리에서 ‘방황’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은혜교회 건너편에 대형 파킹랏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정리를 위해서 행사 당일에는 경찰관들도 나올 예정이다. 한인들이 단체 응원을 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응원하면서 맥주를 마신다든지 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까 걱정하는 한인들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2006년 거리 응원 당시에도 너무나 질서 정연하고 모범적이었다.
이번 합동응원전을 위해 한인 단체들은 매 경기마다 선착순 1,000명에게 붉은 악마 티셔츠를 무료로 나누어 주고 각종 응원도구도 준비해 놓고 있다. 특히 은혜 교회 측은 대형 식당에서 응원단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마련한다. 한인 단체와 교회가 한 마음이 되어 월드컵 합동 응 원전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붉은 악마 응원의 물결과 함성이 은혜교회 비전 센터를 가득 채우고 한국이 16강전에 진출한다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제는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일만 남았다. 세대와 공간을 초월해 하나가 되고 한인 2세와 1세들이 함께 손잡고 한마음이 되는 축구 잔치가 주말부터 시작된다. 이번 월드컵 합동응원전은 한인커뮤니티에 오랫동안 기억되는 큰 축제가 될 것이다.
문태기 / 부국장· OC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