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래

2010-06-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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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모여 산 것은 언제부터인가
함께 바람에 쓸리고 비에 젖었네
같이 마르고 밟히며
낮은 땅 그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얼굴 맞대고 살을 부비며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가

그래도 모래들은
세상을 향해 반짝이고 소리지르며
어떻게 여물고 다져졌는지 서로 알고 있네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어떻게 흩어져야 하는지도
눈빛으로 더듬고 있네

모래의 피부에 스며든 독한 비밀 하나
금강 맑은 물가에서 존슨 비치까지 떠내려온
억만년 그 가슴에 응어리
풀어줄 친구 찾고 있네



김정기(1939 - )


시의 첫 구절은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한다. ‘모래’와 ‘모여 산다’라는 두 단어를 ‘모’ 라는 압운이 절묘하게 연결시켜 주고 있다. 압운이 주는 음악성과 함께 그 의미 또한 깊다. 과연 신이 주었다고 말해도 좋을 만한 발견이다. 작아지고 여물어지고 다져진 모래들, 그 가슴에 응어리 하나씩 갖고 있단다. 그 응어리 풀어줄 수 있는 건 역시 친구란다. 그래서 모래는 모여 산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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