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대학 정보 철저 분석
분명한 소신과 목표 제시
이번 가을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게 된 학부모 몇 명과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지난해 9월 12학년이 된 자녀들이 대학입학 준비를 시작해서부터, 올 3~4월에 합격 발표를 들을 때까지 약 6개월 동안 사는 세상 같지 않게 심신으로 피로했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고백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 중에 한 어머니가 아들의 사립대학 지원 과정을 지켜보면서, 납득이 잘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인터뷰에서 “수많은 대학 중에서 왜 우리 학교를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얘기해 보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아들이 지원한 대학들은 모두 열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 대학인데, 그런 명문대학에 들어오겠다는 학생들에게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느냐는 질문은 이 어머니에게는 싱거운 정도를 지나서 ‘우문’에 가까운 질문 같다고 했다.
명문대학에 입학이 되었다는 것은 학벌 중시 전통이 강한 한국 사람들에게 뿐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학생 자신의 성공 미담이요, 집안의 자랑이요, 장래를 보장하는 든든한 자산이요, 사회적으로 상위그룹으로의 멤버십을 얻은 것과 같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들어가면 이처럼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은 혜택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는데, 대학 측에서 새삼스럽게 왜 우리 대학에 오고 싶으냐는 질문을 하는 것은 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것이 이 어머니의 말이었다.
그런데 이같이 싱겁다고 볼 수밖에 없는 질문이 취업 인터뷰에서도 자주 사용된다는 기사를 며칠 전 한 잡지에서 읽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기업체에서 취업 희망자에게 인터뷰를 실시하면서 “수많은 기업체 중에서 왜 우리 회사를 선택했는지 설명해 보라”는 질문을 했다는 보도였다. 왜 우리 회사를 택했느냐는 질문에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기업이고, 이 회사에 취직을 하면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받고, 연봉도 많고, 펜션 플랜도 좋아서 지원했습니다”라는 대답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이 이 기사가 주는 조언이다.
명문 대학에 입학 지원서를 넣은 학생이나 유명회사에 취업 이력서를 제출한 예비사원들은 인터뷰를 가기 전에 반드시 해당 학교나 회사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서, 그 대학이나 기업체가 제공하는 기회와 자기의 목표가 어떻게 일치하는가를 소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명문대여서 지원했다는 막연한 대답 대신, “나는 앞으로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 이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진에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있으며, 지금까지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를 여러 명 배출한 전통을 가진 대학입니다. 이런 학구적 분위기에서 공부한다는 도전에 매력을 느껴서 지원했습니다. 꼭 이 대학에 입학하고 싶습니다”라는 식의 대답은 “그저 이 학교가 유명한 대학이어서 또는 부모님이 간절히 원하셔서 지원했습니다”라는 대답보다 분명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원한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서 환경과 시설을 둘러보고, 그 대학의 재학생이나 가능하다면 관심 있는 분야의 교수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개도 아닌 여러 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본다는 것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비용과 시간적 여유에서 선뜻 실천하기가 어렵다. 대학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차선의 방법으로 그 학교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면밀하게 학교 전체에 대한 정보를 읽는 방법이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서 학교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인터뷰에서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 선택의 기준으로 그 대학의 일반적인 명성에 의지하고 있다. 아이비 대학 이름만 믿고 지원한 대학에 가보니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대도시와는 너무나 생소한 미국의 시골이어서, 일 년 만에 대도시 대학으로 전학한 학생도 있고, 비교적 보수적인 전통에서 자란 우등생이 지나치게 진보적인 대학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졸업 때까지 4년 동안 참으로 miserable했다고 고백하는 학생도 있었다.
17~18세 학생 중에서 장래에 대한 투철한 목표와 확실한 전공 계획이 서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대학에 대한 조사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거나,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부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아, 이 대학에서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이런 전공과목이 있었구나”라는 경우도 생길 수 있고, “이 대학에는 해외 명문대학과 이런 공동학점 프로그램이 있구나”라는 정보를 얻게 될 수도 있다.
“왜 우리대학을 선택했느냐”라는 질문과 함께, “만약 입학이 된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리 대학을 위해서 공헌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가고 싶은 대학에 대해서 착실한 리서치를 한 경우라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이 별로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있지만, ‘싱거운’ 질문에 ‘알찬’ 대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대학입학이나 취업 인터뷰에서 좋은 점수를 따는데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김순진<교육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