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력(reading comprehension)은 초·중·고 과정은 물론 대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책만 많이 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또 단 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려서부터 길을 바로 잡아줘야 가능하다. 리처드 이 뉴베리 러닝센터 원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책 내용 상상하며 자문자답하면 사고력 ‘쑥쑥’
집중 안하면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실력 안늘어
부모는 다각적 질문으로 새로운 사고 이끌어내야
■ 아이의 수준을 파악한다
집에서 아이가 항상 책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독서력이 뛰어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손에 쥐고 있거나, 소리 내어 읽는다고 해서 아이가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많은 아이들이 책을 읽은 뒤에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그리고 그 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건성으로 읽었거나, 집중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책의 성격에 따라 나타날 수도 있는데, 픽션과 논픽션의 차이에서 오는 자녀의 흥미유발 여부가 원인일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읽으려니 자연히 재미가 없고, 결국 글자만 읽는 셈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독해력 측정은 크게 두 가지로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녀가 책을 읽고 난 뒤, 그 내용에 대해 부모가 물어보는 것이다. 아이가 제대로 대답하거나 어느 정도 줄거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그런대로 열심히 읽었다는 증거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매년 실시하는 가주 학력고사(CST) 성적표를 분석하는 것이다. 성적표를 살펴보면 영어에 관한 분석이 담겨 있는데,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여기에는 독해력과 밀접한 어휘력, 분석력, 작문 실력 등에 관한 것들도 포함돼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 독해력도 단계가 있다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글자를 배우고 막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부모가 옆에서 함께 읽으며 자녀가 내용을 머릿속에서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반복한다. 즉 책을 읽고 난 뒤,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그 안에서 질문을 던지고, 역시 그 책 안에서 답을 간단히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에게 스스로 자신에게 질문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분석과 결론이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인데,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는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정확인 이해하고,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사고력을 필요로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창의성이다.
읽은 내용을 통해 책에는 없는 것들까지 생각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문학작품을 읽었을 때, 주인공을 다른 환경에서 그려내 보거나 하는 등과 같은 것이다.
■ 대화가 중요하다
독해력은 책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가정의 문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어릴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도록 해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가지게 하는 게 우선이고, 중학교 때부터는 딱딱한 내용의 논픽션을 접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신문이나 시사 잡지 등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키우게 되면 어휘력과 시사 상식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의 대화이다. 그리고 이는 독해력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질문을 하고, 아이가 대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를 연결하는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내용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유추를 해낼 수 있는 다각적인 질문을 해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이가 독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황성락 기자>
어릴 때부터 책을 읽으면서 상상하고 자문하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면 독해력 향상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한인타운의 한 북클럽에서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