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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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인터뷰 - ‘로빈 후드’ 주인공 러셀 크로우

2010-05-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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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아는 로빈 후드는 잘못된 이야기”

‘로빈 후드’의 주인공 러셀 크로우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단정한 신사복 차림의 크로우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 심각한 표정이었으나 시간이 가면서 긴장감이 풀렸는지 특유의 굵은 음성으로 농담과 유머와 함께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크로우는 최근 매스컴으로부터 성질이 고약하고 무례하다고 비판을 받았는데 이 날은 이런 비판과 아주 달리 신사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웃는 모습이 마치 귀여운 장난꾸러기 소년 같았다.


▲이 영화는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로빈 후드의 얘기와 다른데 감독 리들리 스캇과 함께 얘기를 새롭게 만드는데 얼마나 개입했는가.

-처음부터 우리는 역사를 바로 보기로 했다. 과거 로빈 후드 영화들을 보면 십자군 전쟁에 나갔던 사자 왕 리처드가 영화 마지막에 나타나 위기에 빠진 영국과 로빈 후드를 구해주는데 그 건 비논리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로빈 후드가 어디서 왔으며 또 어떻게 해서 자기가 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는가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가 왜 셔우드 숲의 도적이 되었는가를 영화는 얘기하고 있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어렸을 때 로빈 후드의 얘기를 읽으면서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그의 얘기가 오랜 시간을 지나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그가 재물을 부자에게서 훔쳐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기 때문이다. 그는 부와 세력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속편이 나올 것처럼 끝나는데.

-아직 각본이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고 스튜디오도 만들 용의가 있다면 나와 리들리는 다시 세트에 나갈 용의가 있다.

▲활 쏘는 연습을 많이 했을 텐데 얼마나 잘 쏘는가.

-궁술 배우는 것을 즐겼다. 가장 즐긴 것은 활이 시위를 떠나 날아갈 때 그리는 포물선과 소리다. 배우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연습장에 돌아와 몇 시간씩 연습하는 것은 즐거웠다.

▲어떻게 해서 당신의 애인인 마리온 역에 케이트 블란쳇을 쓰게 됐는가.


-모든 것이 척박했던 13세기에 10년간이나 남편이 전쟁에 나간 동안 여자가 생존하려면 보통 강해야 되는 것이 아니다. 리들리와 나는 처음부터 케이트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나는 과거 케이트를 개인적으로 잘 알지는 못 했다. 함께 일해 보니 그는 참 재미있고 멋진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사람들은 케이트를 냉정하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그가 여러 영화에서 강한 개성의 소유자로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 케이트는 자기 일에 전력투구하는 사람으로 일이 끝나면 발을 쭉 뻗고 보드카를 마시며 얘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로빈 후드’의 고전으로 꼽히는 더글러스 페어뱅스와 에롤 플린이 나온 영화를 사전에 봤으며 그 두 사람과 어떤 면에서 다른 연기를 하려고 했는가.

-두 영화는 어렸을 때 봤다. 이번에는 플린의 영화를 봤다. 플린이 엉덩이에 손을 얹고 “하 하 하” 하고 웃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리들리와 나는 로빈 후드의 전설과 함께 이 전설의 시작을 얘기하고자 했다.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로빈 후드의 얘기는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잘 못된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당신은 로빈 후드와 같은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남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은 많다고 생각한다. 큰 의미에서 로빈 후드는 평민과 귀족 및 왕 간의 관계를 검토한 사람이며 귀족층의 일부 권리를 훔친 사람이다. 그는 왕과 백성 간의 잘못된 관계의 균형을 시정하려고 한 사람이다.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역인데 그 도전이 어땠는가.

-별 문제가 아니었다. 원기를 북돋워주는 경험이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든 역이었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 말 타고 성을 공격하는 액션 장면 등은 재미있었다. 해변에서 프랑스군과 싸울 때는 정말 이상하고 폭력적이며 또 무정부적인 기분으로 진짜 전투의 한 복판에 뛰어든 것 같았다.

▲당신과 리들리 스캇은 오래 전부터 여러 편에서 함께 일했는데 그동안 그 관계가 어떤 진전을 이뤘는가.

-이제 우리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된다. 서로 이견이 있을지라도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협조자가 된다. 우리는 늘 상의하면서 일한다. 그는 돈의 중요함을 잘 알아 제작비를 한 푼이라도 낭비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그를 진실로 존경한다. 그는 우리 시대의 탁월한 시각예술가로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특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나와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크로우에 이어 있은 기자회견에서 리들리는 크로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영화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결코 포기하지 말라’인데 당신은 이 말을 믿으며 또 당신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가.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여섯 살과 세 살 난 두 아들)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는 데는 시련이 따르게 마련이다. ‘결코 포기하지 말라’는 인생에서 따를 만한 좋은 주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현실에서 로빈 후드가 고쳐야 될 불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이 너무 거창한데 이 세상에서 현재 나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사람들이 필요 없이 고통을 받는 것이다.

▲당신의 두 아들들도 활과 총과 칼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텐데 아이들에게 로빈 후드와 전쟁에 관해 얘기해 줬는가.

-우선 나는 아이들에게 아빠의 직업은 척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 주려고 노력한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전쟁과 비인간성 등에 관해 얘기는 안 했지만 때가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다치지 않도록 무척 신경을 쓴다.

▲영화에서 당신은 겁을 모르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나는 굉장히 겁이 많은 사람이다. 공포가 없으면 사람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공포를 다룰 줄 알며 그것을 이해하고 당신을 두렵게 만드는 것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공포를 모른다는 것은 미친 상태다. 나는 두려워하는 것이 많은데 특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면서 내가 얼마나 취약한 자가 되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다. 이 건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요즘 언론에서 당신을 비판하는 것을 읽었다. 당신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나 자신이 오해를 받는다기보다 잘못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냉소가 하나의 문화가 되다시피 한 나라의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구분해 나의 냉소성을 터무니없는 공격성으로 몰아붙인다. 가장 큰 오해는 나를 화 잘 내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내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사람이다. 그리고 물론 나는 불같은 성질을 가졌다. 그래서 목표를 향한 직선 길이 있는데도 시간을 소비해 가며 빙 둘러가는 것을 보면 열을 받는다. 그러나 성질 있는 것과 화 잘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내가 잘못 표현되는 것과 싸울 길은 없다, 단지 내게 만족감을 주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길밖엔 없다.

▲요즘도 노래하고 연주하는가. 최근에는 무슨 음악을 듣는가.

-계속해 작곡을 한다. 곧 앨범을 낼 예정이다. 요즘 가수로는 레이디 가가가 대단한 재능을 가진 가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애벳 브라더스의 노래를 좋아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숲 속 전투에 뛰어든 로빈 후드(러셀 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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