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 한 그루 죽어

2010-05-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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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 그루 죽어
밑둥 언저리 삥 둘러
소복이 흙무덤 만들고 있다
대명천지 살아 있는 자여
함부로 생명을 희롱할 일 아니다
이 나무도 한 생을 부리기까지
푸른 영혼 불 밝히며
마른 삭정이 뼛속 아리도록
온갖 벌레들 먹여 살렸느니
쿵쿵쿵 우주의 뜨거운 숨결도
꼬옥 품어 안았었느니


허형만 (1945 - )


죽은 나무 한 그루의 생을 더듬어 본다. 푸르른 빛으로 세상을 밝히고, 넘치는 수액과 열매로 수많은 벌레들, 짐승들 먹여 살렸으며, 하늘이 내려주시는 햇빛과 비를 받아들이고 맑은 공기를 내뿜었다. 한 송이 꽃은 어떠한가. 한 포기 풀은 어떠한가. 최선의 삶, 우주와 교감하는 큰 사랑을 살고 있지 않는가. 죽은 나무 앞에서도 무릎을 꿇고 싶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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