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2010-05-1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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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벌리고 잠을 자는 것은
인간뿐
삶이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보라, 삶을
굴뚝새가 사라진 삶을
모든 것이 사라진 다음에
오직 인간만이 남으리라
대지 위에
입을 벌리고 잠든 인간만이


류시화 (1959 - )


창밖으로 보이는, 불 꺼진 아파트가 잠을 자고 있었다. 작은 굴뚝새가 떠나가고 따스한 고향집 온돌과 굴뚝마저 사라진 다음에 거대한 괴물로 변한 저 인간. 대지 위에서 외롭게, 쓸쓸하게, 고단하게, 입을 벌리고 자고 있는 저 거인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밤이 커다란 이불을 덮어주고 있었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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