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숨어 핀 꽃

2010-05-11 (화) 12:00:00
크게 작게
그대는 잘도 아십니다려.
봄에 제일 먼저 핀 어여쁜 꽃을.

산에 먼저 핀 꽃은 산수유구요.
들에 핀 꽃은 오랑캐람서.

그러나 까잡스런 제비꽃보다
먼저 몰래 숨어 핀 꽃 왜 모르나요.
기나긴 겨울밤을 잠 못 이루고
그대 바라 피고선 질 줄 모르는,


두견화 진홍보다 더욱 붉어서
내 가슴 애태우는 외눈 바래기.

그대가 정녕 모르신다면
내 안에 숨어 핀 꽃 어쩌잡니까?


고병철 (1941 - )


시란 내가 속해 있는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이웃을 향한 ‘사랑의 노래’라고 정의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기나긴 겨울밤을 잠 못 이루고 피어난 들꽃들에게, 그리고 온갖 꽃들은 다 알면서도 내 안에 숨어 핀 꽃을 몰라주는 그대를 향해 사랑을 고백한다. ‘어쩌자고 그러십니까’라고 하지 않고 “어쩌잡니까?”라고 줄여서 더욱 리듬감을 주고 있다

김동찬 / 시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