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안희경

2010-05-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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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일하지 말고 놀아 봅시다.

한 달 전, Jeff Wall을 인터뷰 했다. MOMA, 런던 Tate 등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들이 그의 회고전을 열었다. 이 시대의 거장이다.

제프 월은 우연히 접하게 된 경험들을 사진으로 재현해 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본인의 사진을 카메라로 그려낸 그림이라고 부른다. Cinematography라고도 한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철저히 셋팅 된 사실적 순간을 한 장의 대형 인화지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19세기 호쿠사이 판화를 20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휘몰아치는 거친 바람 속, 한 무리의 행인을 담은 <돌풍>이다. 고전이 이렇게 재창조 될 수 있다는데 다들 놀라워했다.


그리고 <총 없이 총 쏘는 사내>라는 작품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이 세상을 흔들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길을 가다 본 총 쏘는 시늉을 하는 한 사내를 다시 재현한 것이다. 그 사내의 상상 속 총성을 제프 월이 들었고, 사내 대신 세상에 명중시켰다.

그 스스로 일상에서 깨어있기 때문에 나오는 작업들이다. 선생도 말했다. 허드레 일상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으며 미술적 요소인 빛, 원경, 근경, 색채까지도 모두 우리의 매일 속에 있다고.

그는 또한 화두를 든다. 기억 속 이미지를 그림으로 설치해 내는 담금질이다. 총 쏘는 사내는 1년 넘게 의심하고 의심하여 생각의 본질로 들어갔다 했다.
지금은 40년 넘게 작업해온 작품들을 다시 살피고 있다. 이미 유명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들여다 보며 공부한다. 사진이기에 색이 바래고, 기술적 정보가 바뀌어 가기 때문에 훼손 없는 원작으로 작가 스스로 복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새 작업도 계속한다. 그는 이렇게 하루 온 종일 예술하며 작업에 빠져있다.

참으로 지독히 열심히 일하신다고 하니, 손사래 치며 아니라 했다. 그저 놀이를 하는 거라며 웃는다. 스트레스 받아도 그 또한 견디고 싶은 놀이라며 즐긴다고.

논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그래서 그는 최고가 될 수 밖에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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